디너 :: 잘못된 부모의 사랑
나에겐 생소한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 의 소설, '디너(Dinner)'를 읽었다. 네덜란드에서만 42만 부가 판매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고, 2009년 한 해동안 백만 부 이상 판매가 되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7위에도 오른 책이라고 표지에 설명이 되어있었다. 이런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들 중, 베스트셀러라고 소개되는 책들은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 종류는 그런데로 재미있다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 결론에 대한 스포일러 포함)소설 '디너(Dinner)'는 처음에는 가벼운 주변 묘사, 인물 묘사로 시작한다. 한 형제 부부가 저녁 식사를 위해 고급 레스토랑에 모인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세르게-바베테 부부와 세르게의 동생 파울-끌레르가 그들이다. 책 1/3 지점까지는 동생 파울이 형 세르게에게 느끼는 내적 갈등이 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의 모습을 일반인의 시각으로 평가하는 내용인가 착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디너(Dinner)는 평범한 저녁 식사가 아니다. 그들만이 아는 비밀이 생겼고, 이를 공유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만난 것이다. 그 비밀은 자신의 아들들인 동갑내기 형제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노숙자를 죽이게 되었고,그 장면이 CCTV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아직까지 이들 형제만 알고 있는 상황인데, 차기 총리로 유력한 정치인 가족과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동생 가족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가 이 책의 중후반 이야기이다.
자식이 범죄자가 된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노숙자를 실수로 한 번 때렸다가 이 일에 알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 미헬과 릭은 영화를 찍듯 또 다른 노숙자를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 실수로 노숙자를 죽이게 된다. 이 장면이 CCTV에 찍히고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소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하지만 얼굴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부모인 세르게 부부와 파울 부부가 알게 된다. 여기서부터작가는 주인공과 독자들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지듯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만약 내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이 질문에 대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내가 아직 부모가 되어본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경험을 해본적이 없어서 더더욱 결론내기가 쉬운지도 모르지만, 내 아이든 내 부모든 그 누가 됐든 누군가를 살해한다거나 상해를 입히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정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사회 교육을 받았다.
나는 손으로 무엇인가를 훔쳤다면 손을 자르고, 소매치기를 했다면 손과 발을 자르고, 성폭행을 저질렀다면 거세를 시키고(여자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면 똑같이 사형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런 범죄자들에 대해 처벌이 이루어 질 때면, 인권보호를 외치는 단체들은 나로썬 이해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인터넷 상에 이런 기사가 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피해자가 당신 가족이라해도 그렇게 너그러울 수 있겠느냐' 라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한다. 1
이 책 초반에는 여느 부모와 비슷한 행동과 생각을 하는 것으로 인물들이 묘사되지만, 중반 이후의 그들의 모습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력한 차기 총리인 정치인, 즉 고위층의 자제라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렇게 처리하게 된다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고자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던 사람이라도 자기 자식이 범죄를 저지르면 이렇게 은폐하고 감추고, 자기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이 덮어쓰도록 만드는 이런 상황이 부모라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던 것일까?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쓴 어떤 독자분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또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활양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그들의 정서 따위를 엿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은 서브플롯 역시 대단원에서 작중인물들이 내리는 결정과 행위에 대해 합리적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증명한다. 특히 서브플롯에서 독립적 기질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인들의 문화적 열등감이 자아낸 프랑스에 대한 동경과 자본우위의 허세가 잘 드러난 점은 작가의 비판적 태도와 맞물려 있어 여러차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자녀의 범죄행위에 대해 부모가 취해야 할 태도는 맹목적 사랑을 바탕으로 한 무조건적인 보호여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질과 마음가짐을 갖추게 하고 도덕적 양심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운 길을 열어주는 가슴 아픈 선택이어야 하는가. 세상의 부모들에게 던지는 물음이 자못 무겁고 가슴 시리게 하는 작품 <디너>는 분명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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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내용을 이어가는 방법, 문체, 주제, 소설가로써의 자질 등을 비춰봤을 때, 이 책이 훌륭한 작품이라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뜨겁고 습한 공기를 턱하고 마주쳤을 때의 그 찝찝함과 불편함 등을 느끼게 하는 결론이 아니라, 소설 세계에서만이라도 정의가 옳은 것이다, 윤리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남는 것이라곤 불편함과 짜증뿐이었다. 이런 내용은 고위층 자제들에 대한 기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화 '하녀'와 '돈의 맛'과 같은 영화를 보고 불편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냥 화가난다.
결론 기준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3점.
일반적으로 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도 모르지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