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불리워질만큼 수준 높은 뮤지션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오는 슈퍼스타K3.
슈퍼위크를 힘겹게 통과한 예리밴드의 무단 이탈로 요즘 가타부타 말이 정말 많습니다.
저 또한 음악을 했던 사람이고 슈퍼 위크라는 미션 자체가 정말 힘겨울 수 밖에 없고 자신의 모든 것을 어필하는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살아남고 자기 기량을 뽐내는 천재성 있는 음악인들을 보면서 감동도 받고 한 편으론 부러운 마음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눈여겨 보던 예리밴드의 이탈 소식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예리밴드의 한승오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http://dw.am/Lgg6Z)을 보고 역시 방송 편집이란 무서운 것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며, 그들이 느꼈을 억울함과 답답함에 공감 또 공감을 했었습니다.
이 즈음에서 엠넷에서 원본 동영상이라고 하며 공개한 영상을 한 번 보시죠. (이 또한 편집된 영상이지만 어느정도 상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정도는 됩니다.)
방송을 먼저 보고 이 영상을 보신 분들은 예리밴드가 왜 답답해했고 억울해 했는지 어느정도는 공감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된 장면 앞뒤에 있던 말들을 빼버리고 상황과 그들이 말하는 표정들이 순간순간에만 캡쳐되듯 방송이 되어버리니 예리밴드의 한승오씨는 자신의 주장만 펼치고 나이를 앞세워 타 밴드의 의견을 묵살해 버리는 그런 나쁜 이미지로 밖에 비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예리밴드의 첫 무대를 감상하고 그들의 라이브 무대들을 찾아보면서 기대감이 많던 상황에서 방송을 보고 실망을 할 정도였으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본영상이라고 공개된 영상을 차근차근 보다 보니 그들의 생각과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음악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특히 혼자만의 음악이 아니라 밴드나 다른 사람들과의 화음을 맞추는 공연을 준비 해본 분들, 그리고 다른 팀들과 협연을 준비해본 분들이라면 한승오씨의 말 중 "협연될 수 있나? 상황자체가" 라는 말에 공감 하실 것입니다.
예리밴드를 폄하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본 영상을 봐도 예리밴드가 HAZE 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묵살했으니 잘못되었다라고 말씀들을 많이 하시던데,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지 않냐라고 주장하는 편입니다.
물론 예리밴드 뿐만 아니라 모든 슈퍼 위크 참가팀이 서로 스타일이 맞지 않는 팀끼리 묶여 불가능에 가까운 짧은 시간에 협연을 준비 하는 것이지만, 「보컬」만으로 협연을 준비 하는 것과 「밴드」가 협연을 준비 하는 것, 거기다 「보컬의 성별이 다른 두 밴드」가 협연을 준비 하는 것에는 준비 하는 시간 뿐만 아니라 편곡 또한 엄청나게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컬」은 편곡된 음역대에 맞춰 화음의 형태로 협연이 가능하나 「밴드」까지 동시에 연주를 한다? 저 짧은 시간에 맞춰서?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 아니 불가능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같이 음을 내는거야 가능하겠지만 그건 음악이 아니라 짜맞추기식 소음공해가 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죠. 「보컬과 기타연주자」로 이루어진 팀에서 기타연주자의 연주가 조금만 틀어져도 눈쌀 찌푸리고 최악이라고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들이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들이 어울리지도 않는 협연을 하는 것에 대해 바로 깎아 내릴 것이 눈에 뻔한 상황이죠.
그런 상황에서 각자의 팀 색깔을 맞춰 가져가되 리듬과 또 다른 변화를 주면서 1절과 2절을 나눠 대결하는 형태의 편곡을 해보자고 하는 의견은 짧은 시간에 밴드가 협연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하고자 하는 음악 색깔에 대해서 한 쪽이 뜻을 굽히지 않는 이상 부딪 힐 수 밖에 없는 노릇이고 굽히게 되면 돋보이지 못하게 되어 손해 볼 수 밖에 없는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저 상황에서 서로가 만족 할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느 쪽이든 밀어 붙이는 쪽이 있어야 짧은 시간에 연습이라도 몇 번 해보고 무대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밤새 결론도 못내고 자기 주장만 하다가 공멸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여 한 쪽에서만 주장을 하더라도 하나의 어우러진 음악이 나올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거죠.
모든 것을 양보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한 쪽으로 치우친 방향으로 결과가 나와서 손해 보는 느낌만 들어, 자신들의 음악적인 주관과 욕심을 채우지 못하고 힘겹게 올라온 슈퍼위크에서 돋보이는 무대를 못 보여주고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눈물이 나는 HAZE 보컬의 마음도 백번 천번 이해하지만, 저 열악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엠넷에서는 편집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하에 원본 영상을 공개 했고, 예리밴드 측에서는 원본 영상을 공개 하면 자신들은 편집의 피해자라는 것을 주장 할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만, 이미 색안경을 끼고 양측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겨난 이상 피해자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내노라 하는 가수들도, 밴드들도 협연을 할 때는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서 준비 합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공연을 준비 해야 한다면 1절과 2절의 메인을 정해두고 각자의 음악적 색깔을 어필하면서 메인이 아닌 팀은 서포트 해주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기간 공연을 해온 가수들도 오래 걸리는 일을 자신의 꿈을 건 오디션 무대에서 잘 조율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군요.
감정 싸움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결론이 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