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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음악 바라보기

음악과 함께 하는 이야기.. [박효신 - Lost]


 



(영상은 다음 카페 '효시니를 사랑하는 사람들' 에서 살짝 가져 왔습니다. 문제 되면 자삭 할께요.)

박효신의 Lost..
노래 들으면서 같이 생각해봐요..

생신상이라도 차리는 듯 기름냄새 풍겨가며 튀기고 볶으며 오색나물 장만할 땐 그래도 괜찮았어요.
밤이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고운 소금으로 뽀독 뽀독 소리가 나도록 주물러 행궈내야

미역의 떫은 맛이 없어져 나물이 맛있는 거라고 늘 말씀하셨더랬지요.
엄마.
아까 내가 무 채썰때 보셨어요?
아직도 엄마만큼은 못해도 제법 고르고 가늘게 잘썬다고 칭찬 해 주시면 좀 좋아요.

엄마.
상에 놓인 상투과자 말이에요. 엄만 단음식을 유난히 좋아 하셨잖아.
나 소풍갈 때 동생 몰래 살짝 룩색에 넣어 주시면
난 또 나 혼자 다 먹기 아까워 남겨와서 동생 주고...

가짓수 많은 제사음식을 목기에 담아 상을 차렸습니다.
향내음을 유난히 좋아하시어 평소에도 향을 사르시던 친정엄마의 영정을 모시고 향불을 피워 올렸습니다.
가늘게 타내려가며 재가 되는 모습에 훅 숨이 막혀 왔습니다.
그 날, 맑고 차가운 허공중에 피어오르던 뽀얀 연기가 떠올려진 탓입니다.

야멸찬 딸년 몰래 몰래 부엌에서 한 잔 술 드시던 엄마.
그게 그렇게 보기 싫었습니다.
술마시는 모습도...
술마시는 이유 조차도...
한번도 맘 편히 딸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지 못하시고
쉰 여섯의 생을 마감하신 엄마의 영정앞에 어리석은 딸년은
이제사 넘치도록 술을 올리고 절을 합니다.
죄인되어 꿇어 앉은 무릎 위로 떨어지는 눈물은 천근의 무게되어 다시 일어설 줄 모릅니다.

그 날.
어린 자식두고 차마 다 감지 못한 눈, 떨어지지 않는 머나먼 길 떠나는 발걸음은
널을 메고 나서는 상여꾼들의 발목에 고여 눈길 위를 가다 서고 가다 서기를 여러번 하였었지요.
그 해 겨울은 그랬었지요.

엄마.
어느 누가 들여다 볼 꺼라고 솥이며 냄비는 그리도 반들거리게 닦으셨나요?
내일이면 돌아오지 못할 먼 길 갈 사람이...
또닥또닥 김장해서 항아리 가득 채워두고...
미리 알아 조문객들 먹이시려고 장만한 것 처럼.

엄마의 몇 안되는 유품을 정리하면서 또 한번 딸년을 기함시킨 건
결혼 전에 손수 잘라 주신 저의 긴 머리카락을 비단 보자기에 곱게 싸서 간직 하신 까닭이었지요.
그게 무엇이라고...
그까짓게 뭐라고...

주인 잃은 텅 빈 집을 스산하게 울리는 괘종시계 소리는
철없는 딸년의 가슴에도 잠 못이룬 숱한 밤 엄마의 속울음 소리로 들려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엄마.
현실의 각박함을 견뎌내기 그다지도 힘겨우셨던가요?
그리도 일찍 표표히 가실만큼.
네에.
이제 알것 같습니다.
이제사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은데 엄마는 이미 제곁에 아니 계십니다.

야멸찬 저는 엄마의 쓸쓸한 품을 한번도 채워 드리지 못했고
말없는 제 속을 엄마는 한치도 들여다 볼 수 없으셨지요.

이렇게 시간은 엄마와 나를 어긋나게 갈라 놓아 버렸는데...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엄마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

긴 회한으로 가슴을 할퀴는 사이 엄마는 다녀 가셨을까.
식어버린 탕을 밀어내고 숭늉을 올려 드렸고
사위어진 향불을 다시 피워 올렸습니다.


바랭이.




제가 운영하고 있는 다음카페 상절지백에 '영전에서..' 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입니다.
새로운 음악들에 식상해 무슨 음악을 들을지 잠깐이라도 고민이 될 때면 전 늘상 갖고 있는 박효신님의 음악과 영상들을 무작위로 플레이해서 듣고, 보고 하는데..
오뢘만에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라이브 무대로 보여줬던 "LOST.." 를 듣고 있다가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됐어요..

사무실이라는 것도 잊은체 글 한자 한자에 빠져 들고.. 남들 볼까 부끄럽지만 눈물도 계속 흐르고..

왜 하필 이 노래 듣고 있을 때 읽었는지..

혼자 떨어져서 서울에서 지내고 있으니,
가족들의 소중함도.. 그에 따라 오는 그리움도 잘~ 알고 있는데..
얼마전에 친구 아버님께서 세상을 버리신 소식도 그렇고..
이 사연을 써주신 분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저,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한번 더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고 한번 더 찾아 뵙고 한번 더 안아 드리고 한번 더 같이 웃을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들을 한 번 더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이 곳에 우연하게 오신 분들, 그리고 항상 찾아 주시는 소중한 이웃 분들..

항상 아프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