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광화문역 주변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점심을 사먹어야 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삼성SDS 대표님과 제일제당 대표님과의 친분(?)으로 제일제당 직원 식당을 매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2500원에 한끼면 괜찮지 않나요? ^^)
아무튼 평소와 마찬가지로 허겁지겁 점심을 챙겨 먹고 건물 나섬과 동시에 불어 오는 차디찬 바람과 엄청난 추위에 혀를 내두르며 다시금 일하는 건물로 향하는데 일본 대사관 앞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엄청난 추위에도 자신들의 억울함과 뜻을 알리고자 그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죠. 바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1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린 수요집회입니다. 예전에 한창 뉴스나 인터넷에서 이야기가 떠들썩 할 때 보고 듣기만 하고 잊고 있었는데 눈으로 보고 나니 차디찬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쌀쌀해졌습니다.
앞에 나와 있는 학생들은 기금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착하고 멋진 학생들입니다.
굳게 닫힌 철창문과 강추위에 커다란 방패를 앞에 세워두고 추위에 같이 떨고 있는 의경들의 모습도. 왠지 쓸쓸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저 의경들 중 그저 매주 있는 일이니 추운데 왜 또 왔냐 하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겠죠??
추운 날씨 따위는 이 분들의 뜻을 꺾기에는 역부족인가 봅니다.
거센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한 시간 동안이나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외치는 연로한 할머니들의 외침. 이젠 너무나 작아진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신해서 힘차게 외쳐줄 학생들과 뜻 있는 많은 분들..
예전에 이런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고이즈미에게 고한다. 사과해라. 할머니들 너무 가슴 아프게 하지마라.
한 마디를 해도 가슴 찡하게 진정으로 사과해라"
할머니는 앉아계시다가 일어서서 기둥에 기대셨다.
"허리가 아파서 서 있는게 나아"
문필기 할머님은 웃음을 자주 보여 주셨다.
아픈 얘기 할 수록 암울해질까봐 우리를 살펴 주시는것만 같았다.
마른 입술을 적시는가 싶더니
"우린 이제 늙어서 그런가 말이 자꾸 맥혀,
한참 눈을 감고 생각한 다음에 말 을 잇지. 이상케도
난 이 말을 꼭 해야 되겠는데 하다보면 딴 말이 나와서 답답하지."
할머니는 "우리가 말하면 일본여자들도 울어" 하신다.
질문하면서도 죄송한 맘 금할 길 없었다.
상처를 건드리면 아픈기억이 더 괴로우니까
그래도 우린 다음 주 시위집회에 간다.
저 분들의 시위와 외침이 15년간 매주 있었던 일들이라 당연한 듯, 아무것도 아닌 듯 넘어가야 하는 일은 아닐텐데.. 저 분들이 수십억의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일까요?
지쳤지만 눈만은 빛내고 있는 할머니들의 찬 기운에 섞여 있는 한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그 앞에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