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아브뉴프랑, 생어거스틴에서 급모임 (EOS M)
벌써 한 달 전이다. 뜬금 없이 연락해서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리뷰인 형 덕에 판교에서 급모임이 성사됐다. 십자 인대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재활하기도 벅찬 사람이 차까지 몰고 온다고 하니, 도저히 시간을 비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지난 8년간은 매일 6~8시간씩 글쓰기에 할애하다보니,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터라, 이런 급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젠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데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시기라 이런 급모임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모임은 판교 아브뉴프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맛집인 생어거스틴에서 이뤄졌다.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우를 튀겨 카레와 함께 나오는 '뿌 팟 봉커리' 메뉴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 오면 언제나 그 메뉴 혹은 그 메뉴가 포함된 세트를 시킨다.
사실 점심 시간에만 주로 와서 런치 세트만 시켜 먹다보니, 큰 부담없는 가격의 음식점이라 생각했는데, 할인이 전혀 없는 저녁 시간에 방문해보니, 꽤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나저나 이 날 내가 결제했는지, 리뷰인형이 결제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_=)
블머에서 알게 되어 어쩌다보니 자주 만나게 된 우리들. 블머 사총사라고 나는 부르고 있는데, 함께 여행도 가고, 심심찮게 꾸준히 만나다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 날 성공이 누나가 올 수 없는 평일이라 모임에 대해서 말을 안했던 것 같다. 나중에 카톡방에 음식 사진 올리면서 놀려야지 해놓고 까먹었다. (사실 그래서 이 글 쓰는 중)
매일 갖고 다니는 EOS M 으로 음식 사진을 포함해 인증샷을 남기고 끝없이 수다를 떨며 먹방을 찍었다. 후식은 한스에서 치즈 케이크와 함께 차를 마셨는데, 사진을 찍는 걸 깜빡했다.
벌써 한 달이 지난 날인데, 마치 지난 주에 만난 것처럼 생생하다. 그 때 먹었던 음식 맛이 입가에 맴돈다. 그 때 했던 얘기들이 입가에 맴돈다. 그 때 들었던 음악이 귓가에 맴돈다. 그때 했던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요즘 모든 만남, 모임이 그렇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처럼 늘 소중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냥 새롭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어릴 때 했던 기억하는 방법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눈을 감고 조용히 나만의 집을 짓고, 방을 만든 다음 책장에 꽂아둔 앨범을 꺼내 그 날 찍은 사진을 넣고, 글을 써둔다. 그렇게 기억하면 한 달이 지나든 1년이 지나든 어제 일처럼 기억할 수 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는 요즘. 지난 10년간 쌓아둔 곳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데,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주고 함께 웃고 즐기고 기뻐하고 행복감을 느낄 사람만 있으면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하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일기를 남기니, 글이 주절주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