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바라보기/공연 바라보기

뮤지컬 그날들, 그리고 늦은 저녁 식사

뮤지컬 그날들, 그리고 늦은 저녁 식사


한창 싸늘하던 1월 초, 사촌동생과 오랜만에 뮤지컬 데이뚜를 했습니다. 곧 생일이 돌아오기도 했지만, 생일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듯 하여, 자축하는 의미로 뮤지컬 < 그날들 >을 예매해 보고 왔는데요. 포스팅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아주 간단히 후기 형태로 글 남기려고 합니다.


(사실 최근 한 달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먹으면 자꾸 토해서.. 심신이 정상이 아닌데, 억지로 회사도 가고 글이라도 남겨야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ㅠ_ㅠ)



뮤지컬 < 그날들 >,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사실 전~혀 들어본 적 없던 공연이었고, 단지 뮤지컬이 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원하는 날짜에 볼 수 있는 공연들을 인터파크에서 뒤적거리다 '얻어걸린' 뮤지컬이었습니다. 배우 유준상,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주연이었지만, 평소 그닥 선호하는 연예인들은 아니었으므로 배우에 대한 기대감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무게잡기 좋아하고, 잘난척하는 듯한 느낌만 늘 전해주던 배우가 유준상이었고, 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안타까운 이미지이면서 노래는 어느정도 하는 가수정도로만 각인된 가수가 규현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기대할 수가 없었죠. (뮤지컬은 배우가 노래를 잘해줘야 하는게 기본인데.. 내가 보고 싶은 날짜와 시간에 볼 수 있는 연극이 이렇게 없다니!!를 외쳤습니다.)




'그래놓고 VIP석을 어떻게든 예매하려고 고생한 이유는 뭐지'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없으면서 이 뮤지컬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김광석의 노래들로 꾸며진 창작 뮤지컬이라는 단 한 줄의 타이틀 때문이었습니다. 주연 배우의 노래가 시원찮더라도 조연이나 기타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들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될테고, 기본적으로 김광석의 노래들로 꾸며진다면, 기분 좋은 휴식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기대감은 '나름 성공'


창작 뮤지컬이라 그런지 기승전결이 꽉 채워진 짜임새 있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예상을 훨~씬 벗어난 규현의 노래 실력에 소름과 감동을 받아 '귀르가즘'을 느낀 공연이었다고나 할까요. 주제나 내용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순간 놓칠 수 있는 전개였지만, 노래할 때만큼은 상황에 맞는 감정 전달을 충실히 해낸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너무 많이 들어서 자칫 잘못하면 팔짱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언제 끝나나~'라고 듣게 될 수도 있는 유명한 그 노래, '사랑했지만'을 부르는 규현의 모습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콧물 쥘쥘 모드로 변신했습니다. 그동안 봐오던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아니라 노래로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줄 아는 뮤지컬 배우 규현으로 보여지더군요. 노래 잘하는 거야 원래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까지 표현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 더 큰 감동을 받은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뮤지컬 <그날들>은 현재도 하고 있지만, 유준상&규현 조합은 아쉽게도 제가 본 공연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제가 볼 땐 '대학로 뮤지컬센터 대극장' 에서 공연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하고 있네요. 3월에는 성남, 4월에는 대구와 부산, 대전까지 거쳐서 공연을 한다고 하니,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무대 밑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는 공연이다보니, 악기 앞의 마이크와 배우들이 사용하는 마이크의 볼륨 조절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날 공연만 그랬는지 아님 평소에도 그랬는지, 악기 소리가 너무 커서 배우들이 어떤 가사로 노래를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뮤지컬 < 그날들 >의 무대를 세팅하시는 분들이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이 점을 좀 더 신경써주시면, 더 좋은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좋은 공연을 봤다며 기뻐하는 사촌 동생과 사진을 몇 장 찍고...'




끝나고 나니, 이미 저녁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던터라 주린 배부터 채우자는 생각에 주변 음식점을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공연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대학로를 그리 자주 찾는 편이 아니라 잘 몰라서 '대학로 맛집'와 '대학로 데이트 코스' 위주로 검색 신공을 날려, 어렵사리 찾은 그 곳 '나무(namu)'


사실 다른 곳을 찾았는데, 이미 디너 제공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찾은 곳이라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꽤 좋았고, 음식이 맛있어서 기분 좋게 먹고 수다 떨다 나왔습니다.









사실 사촌동생도 저도 먹성이 좋아서 다른 메뉴도 더 시켜서 이것저것 먹으려 했었는데, 시간이 늦기도 했고, 또 밤새 술 마시며 떠들고 놀 계획이었던터라 적당히 시켜서 먹었습니다. (그래놓고 마감시간까지 이곳에서 수다 떨며 먹고 놀았던 것은 함정. 안비밀.)


암튼 뮤지컬 < 그날들 >은 년초에 본 뒤,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을 하게 한 약간 애매한 점이 있는 공연이었지만, 요즘 심신에 문제가 많고 뭐라도 즐거웠던 날들을 떠올려야 기력도 되찾을 것 같고, 살아 있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좋았던 날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후기 남겨 봅니다.


혹시 대학로 뮤지컬이나 기타 공연들 찾다가 그저 '김광석 노래가 좋아서'란 이유로 < 그날들 >을 선택하실 분이 있다면, 딱 그정도 기대감만 안고 가시길 바랍니다. (악평 같지만, 나름 선평이에요!)


이상, 하늘다래였습니다. Se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