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바라보기/영화 바라보기

말레피센트,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적인 마녀 이야기

말레피센트,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적인 마녀 이야기


출연하는 배우와 장르만 확인하고 영화를 선택하는 스타일이다보니 '말레피센트'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재해석한 영화라는 것을 관람 중에 알게 됐다. 당황스러웠지만, 안젤리나졸리의 근 20년 팬으로써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물론 팬심으로 본다면 좋은 영화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스토리 전개를 따진다면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안젤리나 졸리이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던 마녀, 말레피센트

숲속 요정 세계를 지키는 꼬마 요정인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는 인간들에게 금역인 땅에 우연히 들어온 소년 스테판(샬토 코플리)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키워나간다. 요정들은 인간의 탐욕에 대해 우려했지만, 스테판만큼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며 추억을 쌓아가지만, 왕이 되고자하는 욕심에 빠져버린 스테판은 말레피센트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천사 같았던 요정 말레피센트는 그의 배신에 충격을 받고, 복수심을 불태우며 점점 악한 마녀가 되어간다. 이후, 스테판의 딸인 오로라(엘르 패닝)의 세례식에 찾아간 말레피센트는 그녀가 16세 되는 날, 물레 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이에 말레피센트와 인간 왕국은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는 반면, 세 명의 요정들에 의해 안전한 곳에 숨겨져 나날히 성장해 가는 오로라와 말레피센트의 정은 깊어져 간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영화 정보를 보지 않고 관람하던 분들과 '말레피센트'라는 영어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이 영화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저주를 내리는 장면 즈음에서 알아차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초반 전개에서 원작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말레피센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악녀, 마녀가 아닌, 숲속의 요정 세계의 아름다운 요정의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영화 '겨울왕국'에서도 그랬지만, 백마 탄 왕자의 달콤한 키스 대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속 캐릭터들에 대해 재해석 하여 또다른 동화를 만들어낸다. 디즈니에선 앞으로 이런 영화나 애니메이션만 만들 계획인가.. 라는 생각까지 든다. (동심 파괴가 목적인 것인가 =_=)



영화 '말레피센트는 그녀가 처음부터 악녀가 아니었다'라는 설정을 위해 어린 시절과 배신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많은 시간을 할애해 최대한 세세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숲속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마법을 지킨 요정이자 수호자 였지만, 사랑하던 인간 남자의 배신으로 마녀가 되어버린 것인데, 인물의 기원과 배경에 대해 최대한 간결하게 처리하는 일반적인 SF물과는 다르다.


덕분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만인의 적이었던 마녀가 알고 보니 착한 요정이었고, 배신으로 인한 상처로 인해 그렇게 되었을 뿐이라는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같은 사랑의 감정을 지녔으며, 숲 속의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법을 펼치기도 하던 그녀가 복수를 위해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고 마법의 숲을 어둠의 세계로 만드는 과정은 안타까우면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동심을 파괴하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마녀의 인간성을 부각해 익히 알고 있는 동화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강인한 여성캐릭터하면 떠오르는 안젤리나 졸리가 있다. 창백하며 앙상함이 느껴지는 얼굴, 스테판과 그의 군대를 대할 땐 누구보다 표독스러운 마녀로 변신했다가 오로라 공주를 대할 땐 그 누구보다 선한 요정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말레피센트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장면 또한, 안젤리나졸리가 가진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만의 매력이 잘 표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 '말레피센트'는 마녀가 실제론 피해자였다라는 새로운 해석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대부분의 시점이 '말레피센트'에 맞춰져있다보니, 오로라 공주와 그녀를 깨우는 역할을 하는 왕자에 대한 비중이 너무 적어졌다. 덕분에 오로라 공주가 16세에 가까워진 시점부터는 영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전개가 너무 빠르고 짜임새가 부족해졌다.


게다가 말레피센트를 배신하고 대립 관계가 되는 스테판의 악역 비중이 적고 강렬함이 상대적으로 적어 꼭 필요한 장치 중 하나였던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는 점 또한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오로라를 키우는 세 명의 요정과 왕자는 중심 인물 중 하나임에도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해 잠깐 출연하는 보조출연자 정도의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인물들간의 관계와 중후반부 스토리 전개는 축약된 것이 너무 많아 어정쩡한 결과물을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안젤리나 졸리가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이고, 그녀의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점에서 주관적인 평점은 10점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평을 내리자면 조금은 부족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評. 하늘다래



말레피센트 (2014)

Maleficent 
8.2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샬토 코플리, 레슬리 맨빌, 이멜다 스턴톤
정보
판타지 | 미국 | 97 분 | 2014-05-29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