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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 위험한 소문, 진실은 과연 존재할까?

찌라시 : 위험한 소문, 진실은 과연 존재할까?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찌라시'의 존재를 알 것이다. 나 또한 지인을 통해 여러 차례 찌라시를 접해봤고, 그것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은 대부분 연예인들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었다. 명예훼손을 피해가고 개인에 대한 최소한의 비밀은 지켜주겠다는 듯, A씨, B씨, C씨로 이름을 적어뒀지만, 이미 돌고 돌 때는 그 A와 B와 C가 누군지 밝혀진 상태로 공유가 되었다.



<찌라시 : 위험한 소문> 이 영화 제목은 정말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찌라시의 존재는 연예인에 대한 좋은 소문 보다는 좋지 않은 추문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 진실은 알 길도 없고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찌라시가 위험한 이유는 '그렇다더라' 하는 카더라통신에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렇다'로 바뀌어버려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었다놨다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웃기게도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남을 배려하며 이해심 높은 척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진실성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겪은 것도, 본 적도 없는 이야기임에도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척 말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신의 지인에게 들은 것도 아니면서 마찬가지로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들은 것처럼 얘기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은 사람들의 이 위험한 행위가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진실인 듯한 픽션을 만들어 제작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무명의 여배우 미진(고원희)과 열혈 매니저 우곤(김강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진은 똑같은 컨셉으로 여러 무명 배우가 사진 촬영을 하는 중간에도 자신만의 느낌을 살리는 촬영을 한 번이라도 더 해보기 위해 노력하는 노력파 배우이고, 이런 미진의 스타성을 미리 감지한 우곤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지원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캐스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미 캐스팅 되기로 내정되어있던 여배우를 선택하지 않고 미진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우곤은 상사에게 호되게 당하고 그 길로 매니저 일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미진은 자신을 알아봐준 우곤에게 당장 돈을 벌지 못하고 믹스 커피를 타 먹고 지내도 좋으니 자신을 키워달라며 찾아오고 그들은 정말 열심히 달린다. 그리고 그 결실이 이어져 막 성공 가도를 달리려는 찰나, 증권가 사설 정보지 '찌라시'에 미진과 국회의원(안성기)과의 스캔들이 터진다. 


역시나 찌라시로 시작된 이 소문은 '그렇다더라' 에서 '그렇다'로 변경되게 되고 힘 없이 혼자 뛰어다니는 우곤으로썬 그 소문을 막을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든 해결할테니 믿고 기다려 달라며 그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게 되지만,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미진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우곤은 원흉인 찌라시 최초 유포자를 찾아나선다. 수소문 끝에 찌라시 유통업자인 박 사장(정진영)을 만나 본격적으로 찌라시의 세계에 발을 들인 우곤은 미진의 죽음이 단순히 연예계 가십이 아니라 정치권까지 개입되어 그들의 권력 다툼을 위해 기획된 것임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미진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 것에 분노하여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은 한국형 범죄 스릴러물에 가깝다. 정치권의 세력 다툼을 위해 연예인은 그저 찌라시의 희생양이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역할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에 가까운 컨셉을 잡았고 이를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증거들을 잡으며 진실로 다가가는 모습을 그려는 속도가 전반적으로 빠른 편이다.


정보가 모이고 조작되고 활용되는 찌라시의 제각과 유통에 관련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린 것도 흥미롭다. 전직 기자 출신이지만 현재는 찌라시 유통업자인 박 사장(정진영), 불법도청 전문가 백문(고창석), 정치인 밑에서 어둠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차성주(박성웅) 등 찌라시 유포와 이에 개입된 정치 세력들에 대한 증거를 입수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에 대한 상반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갈등을 그려내는 것 또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이런 음모와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과 각 인물들간의 이해관계에 대한 설정은 다소 어설프다. 자신이 아끼던 여배우가 다른 이들의 이익과 이해관계 때문에 희생이 되었다는 사실에 모든걸 던져서 진실을 밝히려는 우곤의 상황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박 사장이 자신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뻔히 보임에도 도와주는 이유와 미진이 희생양이 된 이유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찌라시 유포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우곤은 수 많은 범죄를 벌이지만, 경찰에게 쫓기는 순간은 딱 한 번. 하지만 그 상황도 쉽게 모면한다. 해결사 차성주의 사무실에서 증거를 찾아내는 과정도 뭔가 현실적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비현실적인 부분이 보인다. 그 외에도 영화 전반적으로 엉뚱하고 어설프고 구멍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특히 국회의원과 미진의 관계를 반전 요소로 삽입해뒀는데,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만한 뻔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이라는 제목에 맞춰 영화를 속도감있게 흐르도록 제작한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찌라시를 통해 중요한것은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 그저 흥미꺼리라 생각하고 손가락을 이용해 뜬소문을 퍼뜨리지만, 이 손가락이 실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 


제작자는 바로 이 점을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찌라시 : 위험한 소문 (2014)

7.6
감독
김광식
출연
김강우, 정진영, 고창석, 박성웅, 박원상
정보
| 한국 | 121 분 | 2014-02-20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