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타임, SF가 아닌 시간 여행 영화
오랜 기간 동안 머리 속에 각인되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가슴속에 각인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영화 <어바웃타임>은 시간 여행이라는 SF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로맨스, 멜로, 코미디 장르로 분류되는 독특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드라마' 장르를 추가하고 싶다. <어바웃타임>은 시간 여행을 하면서 연인과의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가득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 어바웃 타임 (2013)
타임슬립, 시간여행, 타임머신 등을 소재로 나온 영화나 드라마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작년에 본 작품만 해도 6개가 넘는데, 모두 예전(백투더퓨처와 같은)과는 조금씩 다른 관점으로 시간 여행을 바라보는 작품들이 나왔다.
2013년 마지막을 장식한 대표적인 시간여행 영화로 기억될 '어바웃타임' 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며, 눈호강을 시켜주는 일반 SF물이 아닌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휴먼스토리로 기억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바웃타임'의 감독인 리처드 커트스는 '러브 액츄얼리',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브리짓 존슨의 일기' 등의 각본을 쓴 분이다. 사실 재밌다는 평만 들었지,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도 몰랐고 시간여행을 주제로한 영화라는 것도 모르고 단지 '리처드 커트스' 라는 이름만 믿고 극장을 찾았다.
'어바웃타임'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시간여행을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SF물이 아닌 가족과 연인들의 사랑이 있는 휴먼스토리이며,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면 떠오르는 지루한 로맨스가 아닌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시간 여행에 대한 또 다른 관점
'어바웃타임'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21살이 된 팀(돔놀 글리슨)은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대대로 이 가문 남자들은 성년이 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방법은 특정한 물체가 있어야 한다거나 타임머신을 타야 한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어두운 곳에 들어가 두 주먹을 꼭 쥐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백투더퓨처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은 과거로 돌아갔을 때, 나와 동일한 인격체가 있어서 서로 마주치면 안된다던지, 과거로 돌아간 일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쳐 나비효과가 생긴다던지 하는 일반적인 시간여행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에서 풀어나가는 시간 여행에 대한 정의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있지만 미래로 갈 수는 없고, 역사를 되돌리거나 여신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은 불가능하고 단지 자신이 경험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2명의 인격체가 아닌 과거 시간과 장소에 있던 나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것 또한 시간 여행 관련 영화, 드라마, 책을 많이 본 분들이라면 헛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팀이 첫 번째 시간 여행에서 만난 예쁘고 멋진 여성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주변 사람을 돕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가 메리를 만날 시간을 놓쳐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좌절감에 빠진 팀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주변 사람도 돕고 그녀도 다시 만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결론적으로는 당연히 메리와 재회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메리가 만났던 그 남자는 메리와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 된다.
영화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처럼 한 사람의 작은 행동과 작은 실수, 작은 생각의 변화만으로 수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 혹은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는데, '어바웃 타임'에서는 모든 시간을 회기해서 바꿀 수 있지만, 바뀐 여러 상황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치 않는다. 물론 그걸 고려하자면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로 만들긴 쉽지 않겠지만.
아무튼 '어바웃타임'에서 이끌어가는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머리 아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행복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거로 가면 주식해서 돈 많이 벌어야지' '과거로 돌아가면 공부 열심히해야지' '과거로 돌아가면 그 사람과 다시 만나야지' 라는 그런 생각들의 일부가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
돈을 벌려고 했던 과거 조상은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았으며 팀의 아버지는 세상의 수 많은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려고 그 능력을 사용했다고 했다. 그런 아버지의 죽음을 앞에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팀에게 시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줄 정도로 물질적인 욕심이 아닌 자신과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사용하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담겨 있다.
■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잔잔한 감동이 있는 휴먼스토리 영화 '어바웃타임'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을 다시 만나지만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메리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어 결혼을 생각하고 있을 때쯤, 첫사랑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첫사랑은 환상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껴 청혼을 하게 된다.
남자를 잘못 만나 인생이 피폐해져만 가는 동생을 구해주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바뀐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팀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동생이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다.
'어바웃타임'에서의 시간 여행은 계속 그런 식이다. 과거로 돌아가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같은 시점으로 돌아가 행동이나 말투 등에 변화를 준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스토리의 짜임새가 부족해질 수 있지만, '어바웃타임'은 하나의 규칙을 정해 이 구멍들이 생기지 않도록 장치해두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전 시간으로는 갈 수 없는 등의 규칙이다. 이런 규칙들을 기준으로하여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같은 삶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현재 시점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삶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성공과 실패에 대해 시간 여행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로 풀어나가는 영화 '어바웃 타임'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