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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래 바라보기/추억을 기억하다

저는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참 많아요.


항상 그랬어요.

마음을 쉽게 열고 금세 사람들과 친해지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 말투,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쉽사리 다가가고 빨리 말을 트고 금세 친해지는..
그리고 쉽게 친해지는 만큼 사람을 신뢰하고 믿음감을 갖는 시간 또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빠른 편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보다 어릴 적엔 그랬었죠..
그런 성격이 분명 어릴 적엔 불행보다는 행복을 많이 안겨줬던 것 같아요.
나이나 직업 상관 없이 정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으니깐요.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건 참 기분 좋고 가끔은 스스로에게 우쭐 해지기도 하는 그런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성격도, 상황도 모두 좋아했었구요.

하지만 군대 다녀 와서 일을 하고 사람들을 겪고 사회도 겪고 이미 고학번이 된 선배로써 학교생활을 하면서 참 많이 변했어요.

복학하기 전 학비 벌려고 1년간 일을 하면서 알게 된 형에게 그 당시 받던 월급의 근 1년치를 빌려줬는데
갑자기 종적을 감춘 그 형에게 받은 배신감과 함께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불신감.
그 배신감을 추스리기도 전에 찾아온 사귀던 여자친구의 큰 사고, 그리고 다신 볼 수 없는 길로 떠나버린 그 아이와의 이별.
책에서나 보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일들을 한꺼번에 겪으면서 막연히 상상만 했던 그런 상황과 감정들의 충격을 추스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만 1년이 걸리더군요.

그리고 남은 학교 생활 1년, 잘해보자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하고 당차게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찾아온 큰 사건, 첫사랑이었던 옛 여자친구의 자살.
사랑하던 사람을 먼 곳으로 떠나 보내는건 이로써 세 번째 경험.
사람이란 동물은 참 웃기게도 이런 일에도 이겨 나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 같더군요.
현재 내 위치를, 현실을 생각하니 지난 1년처럼 맘 추스리는데 허비 하면 난 끝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빨리 잊으려 이겨내려 노력하게 되더군요.

그러던 과정에서 알게된 한 아이. 참 약하고 자주 아프고 마음도 여린 그런 애였어요.
항상 힘들면 날 찾아왔고 난 그저 얘기 들어주는 것만 해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난 후 정말 많이 가까워졌고, 늘 그렇듯 아프면 약 사들고 찾아가서 밥이랑 약 먹이고 술 많이 마시면 집에까지 바래다 주고..
문제는 그럴 때마다 이 녀석은 꼭 제 품에서만 잠이 들었다는 거였어요.
아무리 상처가 깊고 이젠 사랑 같은거 하지 않으리라 맘 먹었어도 참 사람 마음이 웃기더군요.
하루를 그 녀석을 위해서만 보내게 되고 모든 생활 패턴과 생각을 걔한테만 맞추는 그런 생활.. 근 반년을 했죠.

가장 친한 친구녀석이 그러더군요. 그 아이는 너한테 마음은 없는거다. 널 이용하는거다 또 상처 받지 말고 그만 챙겨 주라고..
그 아이는 사람들 앞에 있으면 나한테 관심도 없는 척, 그냥 아는 선후배처럼 대하다가 둘이 있을 땐 기대고 품에 안겨 잠드는 그런 애였거든요.
전 그냥.. 친구 말을 믿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생활 반년이 지나고 이젠 확실히 하자 하는 생각에 큰 용기를 내서 고백을 했어요.
결과. 멋졌죠. 최고였어요.
이 녀석 알고 보니 이미 새로운 남자 친구가 있었더군요. 그것도 나랑 매우 친한 친구.
더 멋진 결과는 나를 단 한번도 이성으로써 좋아해본 적이 없다더군요.
순진하게 말했어요. 자기가 헷갈리게 한적 있냐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다신 누구에게도 마음 주지 않으리라 맘 먹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며 내가 주는 사랑을 받는 사람들은 불행해 지는것일지도 모른다는 바보같은 생각까지 하게 되는건..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었어요.

가족에게든 친구들에게든 더 이상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으려 노력 했어요.
늘 그렇듯 난 강하니깐 스스로도 잘 이겨 낼 수 있을꺼란 생각만 머릿속 깊숙한 곳에 주입하듯 하루 종일, 한달 내내, 일년 내내 하면서 학교 연구실 구석에만 처 박혀 있었어요.
덕분에 성격이 많이 변하더군요. 말투도 많이 변하더군요.
주위 사람들의 생각과 표정 변화, 말투에 신경 써가면서 그 사람들에게 맞추려 늘 애쓰던 모습이,
주위 사람들이 착하다며, 매너 있다며 좋아 하던 그 모습이 이젠 나에게선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 됐어요.

오지랖 넓게 행동해서 알게된 좋은 사람들... 변화된 내 모습 덕분에 이젠 많이 잃었어요.
후회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마음으로 얻은 그 사람들.. 이젠 그런 사람들 정말 알게 되기 어려울 꺼란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내가 예전처럼 돌아가기가 힘드니깐요.


첫사랑이었던 여자친구가 간밤에 꿈에 나오더군요.
그 아이한테 잘해준것보다 잘못한 일이 많아서 그런지 먼 곳으로 떠난 후에 단 한번도 꿈에서 조차 볼 수 없더니, 첫 번째 기일이 몇일 지난 어제서야 꿈에서 나타나더군요.
예전처럼 애기처럼 밝게 웃으면서 손을 잡아 주더니 갑자기 표정이 확 변하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그 목소리 작던 애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상하게 잠이 안와서 한시간이 넘게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었는데 그 꿈에 너무 놀라 깬 후부턴 출근 해서 지금까지 그 소리가 머릿속에서 자꾸 맴도네요.

변했다 변했다 말해도 남들에게 해 끼칠 정도로 변한건 아니었는데..
그저 말투나 생각이 예전보다 많이 냉정해졌을 뿐인데..
이젠 마음을 잘 안 여는 것 뿐인데..

그런 변화된 모습이, 그리고 친하던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변했다고 하는 말들이..
또 스스로를 약하게 만든걸까요..
그래서 그 아이가 꿈에 나타난걸까요..


후..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건지 왜 이 곳에 와서 쓰고 있는건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지만..
예전 추억이 많이 담겨 있는 카페에 들러 예전에 썼던 글들을 읽으며 괜히 옛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나를 아는 분들이 읽을 확률이 적은 이 공간이라면..
왠지 이런 얘기를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상의 지인들에겐 말 하지도 않고 알게 하고 싶지도 않았던 얘기들을,
온라인 상이라, 읽어 주시는 분들이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이라 좀 더 편하게 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 봐주신 분들,
읽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 합니다.


항상 아프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