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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영화 바라보기

열한시, 배우의 문제인가? 연출의 문제인가?

열한시, 배우의 문제인가? 연출의 문제인가?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시간 여행 관련된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나인'과 '인현왕후의 남자', '닥터진' 등이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타임슬립 드라마인데, 아쉽게도 타이머신이나 타임슬립을 주제로한 이렇다 할 영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시한 '열한시(2013, AM 11:00)'는 타임머신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로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만들어질 SF영화에 대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SF장르를 좋아하고 물리학도인 여친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타임 머신이 존재하는 경우, 미래로는 갈 수 있으나 과거로는 갈 수 없다는 정설을 과연 영화 '열한시'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허구와 사실 중 어느쪽에 더 큰 비중으로 두고 풀어나가는 영화일지 기대감이 컸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참고하세요. ^^

 

열한시
  • 감독 : 김현석
  • 출연 : 정재영, 최다니엘 더보기
  • 시간 이동 프로젝트 연구원 우석(정재영)은 투자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의 중단을 통보받는다.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지완(최다니엘)을 비롯한 .. 더보기

■ 완벽한 타임슬립이 아닌 타임머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열한시>
투자 기업 사장의 다리를 낫게 해준다는 명분하에 우석(정재영 분)은 팀을 꾸려 러시아 심해 한가운데 위치한 타임머신 연구소를 만들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원하는 성과가 나지 않아 투자가 끊어지고 철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크리스마스이브, 연구원 모두가 지상으로 휴가를 갈 수 있다는 것에 들떠있는 가운데, 책임자인 우석은 투자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의 중단을 통보받고 심란해한다.

자칫 3년간의 연구 성과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 그는 타임머신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지완(최다니엘 분)을 비롯한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은(김옥빈 분)과 시간 이동 테스트를 감행하고 결과적으로는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 여행에 성공한다. 24일 오전 11시에 출발해 크리스마스인 25일 오전 11시에 연구소로 이동한 그들. 시간 여행을 성공했다는 증거물을 가지고 가야 다시 투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증거물을 가져가기 위해 연구소로 향하지만, 불과 하루만에 불타고 폐혀가 된 연구소를 발견하고 그들은 이 일을 과거로 돌아가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구소가 폭발될 위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간 여행의 증거물인 계약서를 갖고 가려하던 우석을 누군가 살해하려 하고 급한 마음에 챙긴 것은 24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 촬영된 CCTV영상 하나뿐.

그들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 CCTV를 통해 연구소에 벌어진 사건을 밝혀내고 연구소와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열한시'는 24일 11시부터 25일 11시까지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지속적으로 오갈 수 있는 '타임슬립'이 아닌 '타임머신' 이라는 기계를 통해 짧은 시간 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 SF영화가 아닌 스릴러영화가 아닐까?
영화 '열한시'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와 과거를 오가는 매력적인 소재, '시간여행'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제작비의 문제인지 전체적인 CG는 허술한 편이었고, (최근 IMAX 3D로 그래비티를 보고 와서 더욱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SF물이라기보다 오히려 스릴러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CCTV를 통해 자신들의 죽음을 미리 보고 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 자신을 살해한 동료를 먼저 살해하려는 모습, 미래는 변할 수 없다는 생각과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대립하는 모습들을 통해 영화가 끝난 후, 상상을 자극하는 SF보다는 25일 오전 11시까지 특정 사건의 원인과 경과를 찾아가는 스릴러 영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 연출은 아쉬움! 주인공은 미스캐스팅!!
시간 이동으로 하루 뒤의 미래를 알게 된 우석과 팀원들이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체크하며 추적하는 내용으로 영화 '열한시'는 전개된다. 미래에서 가져온 CCTV를 보며 인과관계를 만들어가고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에서 미래를 변화시키려는 행동이 옳은 것인가라는 도덕적인 의구심을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까지 전달하려는 노력은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배우들의 발연기 덕분인지, 부족한 CG 덕분인지, 약 100분의 시간 동안 담아내기엔 시나리오가 부족했던 것인지 전반적으로 짜임새가 부족한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타임 머신을 만들 정도의 천재 물리학자와 그에 못지않은 똑똑한 과학자들이 주인공인데, 캐스팅된 배우들은 전혀 그런 이미지를 전달해주지 못하는 것이 영화 '열한시'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천재 물리학자역을 맡은 우석 역할의 정재영 분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다만 그의 평소 이미지와 연기가 이번 영화 '열한시'에서 보여줘야 했던 똑똑하고 스마트한 천재 역할을 하기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중심으로 펼쳐진 내용 전개가 오히려 SF가 아닌 스릴러로 느껴지게 만든 것은 아닐까.

여자 주인공인 영은 역할을 김옥빈 분의 연기는 가관이었다. 말을 하지 않고 표정 연기나 몸짓 연기를 할 때는 크게 부담감 없이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CCTV를 보면 안된다'며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 그녀의 발연기가 빛이 났다. 이 장면은영화 '열한시'의 전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인데, 그녀의 부족한 연기 덕에 '왜 CCTV를 보면 안된다고 그녀가 말리는지' 에 대한 궁금증을 관객들에게 던져주지 못한다. 말로만 안된다고 했지, 절규 한다거나 절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연기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이 장면은 미래에 다녀온 영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연기 포인트 중 하나였다.

최다니엘이나 기타 다른 연기자들의 배역이나 연기 또한 부족하다고 할 만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영화 '열한시'의 주연이든 조연이든 '똑똑하고 스마트한 물리학자' 연기를 해야 하는 이미지의 배우들은 아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타임슬립, 타임머신, 시간 여행이라는 두근거리는 소재로 영화를 만든 김현석 감독의 시도는 충분히 박수쳐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열한시'는 앞으로 한국형 SF영화, 타임슬립이나 타임머신을 주제로한 영화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시발점이 될만한 영화라고 보여진다. 관객에게 '결말'을 미리 알려주고 인과관계에 따른 내용 전개를 마치 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연출한 것 또한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스토리 또한 탄탄한 편에 속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족한 CG와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 몇몇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력은 조금 더 높일 수 있었던 영화 '열한시'에 대한 재미와 작품성을 오히려 낮춘 것은 아닐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열한시'는 미드나 헐리우드 영화 스타일의 SF물을 기대하고 본다면 아쉬움을, 한국형 스릴러물을 본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충분한 재미 요소를 가진 영화이다.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