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1980년대까지 스티븐 잡스의 역사가 그려진 영화
스티븐 잡스 사후, 역사서와 같은 갖가지 책들이 집필 되었고, 영화까지 나왔다. IT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써 그의 삶에 대해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은 불가항력이랄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 애플의 신화를 만든 스티븐 잡스에 대한 이야기
영화 잡스(Jobs, 2013)는 현재의 애플이 있게 만든 장본인인 故 스티븐 잡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의 청년 시절 애플을 세우기까지의 과정, 애플에서 스티븐 잡스의 위치와 그의 생활, 쫓겨나고 다시 들어가길 반복하게 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스티븐 잡스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애플이라는 회사가 지금까지 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 스티브 워즈니악, 마이크 마쿨라, 존 스컬리, 아서 락, 잭 더드맨, 로드 홀트, 다니엘 코테케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스티븐 잡스가 애플사를 설립하면서 그가 애플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품이 어떤 것인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가고 싶어하는지, 그의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의 성격과 판단, 추진력, 그리고 결과에 대한 의심 품고 내쫓았을 때 애플사의 변화에 대해 그려나가고 있다보니 애플은 스티븐 잡스가 없었으면 망했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보여주는 영화가 됐다.
물론 그 결론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티븐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애플에서 내놓는 신제품에 대해 평가 할 때, '스티븐 잡스가 없어서'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꼭 나오는 이유도 그의 인생과 세상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그가 걸어온 길 때문이 아닐까?
■ 현실과 이상 사이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인물
제품을 90일 안에 납품하라고 하면 60일 안에 하겠다고 하고 가격을 상향 조정한다. 9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면 25만 달러를 투자하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주와 수익의 10%를 추가로 쉐어해주겠다는 딜을 한다. 달랑 6명이서 차고 하나로 회사를 차렸으면서 투자자가 나타나면 6개의 센터가 더 있다고 자신들을 부풀린다. 자신을 내쫓은 애플에서 다시금 필요로할 때, CEO 자리 뿐만 아니라 주주 결정권까지 원한다.
그렇다. 스티븐 잡스라는 인물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고 부풀리기도 하며, 모든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데로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영업과 마케팅은 부풀리기의 일환이고 사업 또한 자신들이 가진 것보다, 자신들의 능력보다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치장하고 끊임 없는 기 싸움을 하는 일종의 사기 행각이다. 그는 기술적, 감성적 능력도 뛰어났지만, 이런 '사기'라고 해도 좋을 행동과 말을 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제품, 사람들이 애플에 바라는 바, 애플사에서 나오는 제품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명 '혁신'을 이룩하기 위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능력이 없거나 현실에 안주하거나, 안된다는 말만 어필하는 사람들은 지위고하 막론하고 그 자리에서 잘라버리기 일쑤였다.
그는 철저한 능력제였다. 능력이 없는 사람을 멸시하고 싫어했다. 그리고 자신의 뜻을 꺾으려, 굽히려 하는 사람들과 타협 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그는 여러 번 꺾였으며, 여러 번 돌아왔다.
영화 잡스에서 그려지는 스티븐 잡스는 그의 청년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애플 컴퓨터, 애플2 컴퓨터, 리사 프로젝트에 이어 매킨토시에 이르기까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왜 애플이 혁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제품들을 계속 내놓을 수 있었는지, 그 바탕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천재들이 모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천재인 스티븐 잡스가 어떤 인물인지, 그의 이상이 어떤 것인지, 그가 없는 애플사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이야기 하고 있다.
마지막 스티븐 잡스역의 애쉬튼 커쳐가 담담하게 내레이션 하는 장면이 끝나고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다. 매킨토시 이후에 찾아온 애플의 위기와 아이팟터치,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성공 신화 또한 스티븐 잡스라는 인물이 어떻게 만들어냈으며, 어떻게 걸어왔는지..
잡스(Jobs) 2편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인간은 능력과 인성 모두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지만, 오랜만에 가슴 두근거리는 영화였다.
評. 하늘다래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