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짓, 불륜, 노출, 그리고 막장
남편이 자신의 제자와 불륜에 빠진다면 기분이 어떨까?
영화 '짓'은 자신의 어린 제자 연미와 불륜에 빠진 남편 동혁 둘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 후, 그들의 관계를 모르는 척, 연미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부인 주희와 남편, 제자의 관계를 그린 영화이다.
1. 가정이 평화롭지 못하면, 어긋나는건 당연하다는 설정
어린 제자 역으로 나오는 연미는 낮에는 학생 신분으로 밤에는 단란 주점 아가씨로 일을 한다. 그녀는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지내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데, 망나니같은 오빠가 어느 날 다시 눈 앞에 나타난다. 그는 보증금을 빼서라도 자신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돈을 내놓으라며 몇 만원 밖에 없는 동생의 지갑에서도 동을 갈취해간다. 물론 이들은 배 다른 남매다.
하지만 사랑 받지 못하는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탈선의 현장을 갈 수 밖에 없다는건 불편한 진실이다. 이 영화는 그 점을 베이스로 갖고 얘기를 풀어간다.
2. 부부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면
부인 주희는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성공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편과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남편은 단란 주점에서 연미를 만난다. 돈이 필요한 연미와 하룻밤 욕구를 풀 대상이 필요한 남편 동혁.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원나잇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된 불륜으로 이어간다.
남자 친구가 아니면 관계할 때 콘돔을 꼭 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는 연미에게 남편은 그럼 남자 친구 하면 되지 않냐며 욕정에 눈이 멀어 그녀에게 말을 하고, 연미는 "이때다!" 를 외치는 듯 "그럼 오빠가 스폰서 해주는거야?" 라며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욕정에 눈이 먼 남자와 그를 이용할 줄 아는 여자의 불편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생길 법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3. 내 제자가 남편과의 불륜의 대상이 된다면
제자인 연미와 남편이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된 주희. 일반적인 상황이면 그들을 그 자리에서 죽여 마땅하나 영화 '짓' 에서는 조금 다른 전개로 관객들의 발상을 전환 시킨다. 자신의 논문 연구를 도와 달라며 연미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이는 주희.
제자를 소개해주는 자리라며 갑작스레 남편 앞에 연미를 소개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현실과 동떨어진 괴리감과 함께 그 상황을 만들어낸 주희의 모습에 등골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처절한 복수를 하려고 저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일까.
4. 사랑과 전쟁 드라마를 생각했다면
불륜을 흔한 행위로 다루는 막장 드라마 '사랑과 전쟁' 시리즈를 예상하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드라마를 정말 싫어한다. 남들은 현실에서 있는 얘기로 만들어진 내용이라곤 하지만 나는 아직 사랑과 결혼을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막장이라고 부를 듯한 상황만 그리는 드라마는 몰라도 되는 사실을 알게된 것처럼 굉장히 불편하고 기분이 안 좋다.
사실 영화 '짓' 도 그런 맥락에서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글 쓰는 겸, 휴식하는 겸 보기 시작했는데, 딱히 후회는 하지 않았지만 보고 난 다음 마음이 불편한건 어쩔 수 없었다.
5. 이런 비유는 굉장히 별로일 수 있지만, 김연아를 닮은 그녀
불륜의 대상이 되는 연미역의 배우 '서은아'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배우다. 남편과 부인역을 하는 서태화와 김희정이야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아는 베테랑 연기자지만, 배우 서은아는 딱히 알려진 작품이 없다. 이전 작품은 박신혜와 윤시윤이 주연이었던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에서 '은아' 역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드라마에서 등장 인물 소개에도 없는 흔한 조연이었나보다.
하지만 영화 '짓'에서 그녀의 연기는 조연만 했던 연기자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굉장히 복잡한 상황과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배역이었는데, 그녀의 연기는 꽤나 일품이었다. 물론 영화 자체 스토리와 전개가 막장에 가까워 영화 자체는 좋은 평을 내릴 수는 없지만, 배역에 맞춰진 그녀의 연기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언뜻언뜻 보이는 김연아를 닮은 외모와 표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순간순간 불편하면서도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은아라는 배우의 노출 연기를 봤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은 본 사람들마다 다르게 느낄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서은아'라는 배우가 김연아와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묘한 감정에 빠져있던 나를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영화 '짓'은 흔한 불륜 영화다. 그래서 막장 영화다. 베드신과 노출신이 있는 흔한 19금 영화다. 엔딩 크레딧을 보며 느낀 건, 부인 혹은 남편이 서로 사랑을 느껴본 적도 없고 애틋함 같은 연인, 부부간에 느껴야 할 당연한 감정 없이 계약 커플 같은 설정인데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 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대상을 만나 불륜에 빠졌다.. 라는 그런 뭔가 고개를 끄덕 거릴 수 있는 스토리라면 차라리 그러려니 하면서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 '짓' 은 철저하게 불륜 영화다. 게다가 불륜의 대상인 제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부인의 감정은 영화를 보고나서도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니까 가능하겠지.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