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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영화 바라보기

오블리비언, SF계의 짬뽕같은 영화

오블리비언, SF계의 짬뽕같은 영화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는 기본적인 기대감이 있어서 국내에 상영한 작품들은 대부분 본 것 같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올해 초 개봉한 영화 < 오블리비언 > 은 보지 못했고, 오랜만에 글 쓰지 말고 문화 생활을 즐기자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아 < 오블리비언 >을 보기 시작했다.



영화 보기 전에 줄거리나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보는 것을 그리 즐겨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는지 모르고 보는 영화들도 많다. 하지만 오블리비언은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라는 것을 알고 예전부터 보려고 시도했던 영화라 기대감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전혀 몰랐던터라 영화 도입부를 보며, '아! SF 영화구나!' 를 외쳤고,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아! SF계의 짬뽕 같은 영화구나!' 라고 외치게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일어나 영화 전문가나 다른 블로거들, 평점을 남겨주신 많은 네티즌 분들의 글을 보며 느낀건 대부분 < 오블리비언 > 속에서 SF 영화라고 하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영화들을 모두 떠올렸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SoSo~ 라고 평하거나 실망했다고 평하는 부류로 나뉘는 듯 하고 굳이 따지자면 나는 SoSo~ 쪽이다.


제목에도 썼지만, SF 영화들의 짬뽕 같은 영화기도 하고 조금 더 괜찮은 단어로 쓰자면 SF 종합편 같은 영화가 바로 < 오블리비언 > 이다. < 스타워즈 >부터 시작해서 복제 인간들이 돌아다니고 그를 이용하는 곳이 있다는 설정은 < 아일린드 >를 떠올리게 하며, 외계인의 우주 침략 전쟁이 기본 시나리오라는 점은 < 인디펜던스 데이 > 부터 시작된 수 많은 외계 침공 영화들이 떠오른다. 

조작된 진실을 떠올리며 자신이 있는 세계에 대한 무한 의심을 품게 만드는 것은 < 매트릭스 >를 떠올리게 한다. 지구를 수호하는 듯 하지만 실제론 인간 말살의 임무를 띄고 있는 정찰기이자 공격/방어 임무를 띄고 있는 '드론' 은 < 월-E > 를 떠올리게 한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영화가 떠오른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실망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영화에 정체성도 없고 정신 없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끝나버린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 영화를 살린 것은 시나리오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도 아닌 바로 배우라는 점이다. 특히 톰크루즈의 원맨쇼나 다름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배우들은 주연이지만 주연 같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주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극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27인치 모니터와 우퍼 빵빵한 헤드셋으로만 영화를 관람해서 그런가? ^^;)

톰크루즈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의 평이한 연기 뿐만 아니라 '드론' 과의 싸움, 지하 조직과의 싸움과 협동 등 시나리오 전개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툭툭 끊어지듯 잘못 만든 영화라는 뜻이 아니라 외계인이 침공하고 달이 파괴되며, 온 지구가 황폐화되어 대부분의 지구인들이 타이탄이라는 행성으로 이주를 하는 시나리오면서 작은 지역에서만 소규모로 벌어지는 영화 전개가 아쉽다는 뜻이다. 대작 영화의 탈을 썼지만, 대작 시나리오를 이어가기 위한 작은 시나리오 하나를 맛 본 느낌이랄까.

< 오블리비언 > 은 기승전병도 아니고 기승전결을 잘 꾸려나가는 영화이긴 하다. 디스토피아적인 설정도 맘에 들고 기억을 중심에 놓고 전개되는 이야기의 뼈대와 사실적이면서도 세련된 미래의 각종 아이템과 배경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모두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새로운 느낌이 아니라 익숙한 느낌이라는 것.

톰 크루즈의 연기 파워가 아니었다면 꽃 피워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잊혀져가는 SF영화가 됐을지도 모르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SF 라는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장르를 선택했으나 안전하고 독창적이지 못한 전개라니! 
< 오블리비언 > 감독의 전작이 < 트론 : 새로운 시작 > 임을 감안하면 훨씬 발전한 SF영화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과연 이 감독의 다음 영화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 점도 기대가 된다. 뒷걸음질만 아니었으면!

어쩌다보니 안좋은 뉘앙스의 리뷰가 되어버렸는데, < 오블리비언 >은 집에서 통닭 시켜놓고 맥주 한 캔 하면서 보기에 괜찮은 영화다. 시간이 아깝지도 않다.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벅차오르는 감동이 없을 뿐 ^^;

評. 하늘다래


오블리비언

영화 < 오블리비언 > 평점. 7.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