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과 <인현왕후의 남자>, 타임슬립드라마의 매력
7월은 드라마 <나인>에 빠져서 보내고, 8월 시작은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 빠져서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방금 <인현왕후의 남자> 마지막회까지 정주행해서 모두 보고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이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오랜만에 드라마 관련 글을 작성합니다.
두 드라마의 특징은 '타임슬립' 이라는 주제로 만든 작품들이라는 것입니다. '타임슬립(Time slip)'은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적인 시간 여행이 아니라, 자연스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뜻하는데요.
<나인>과 <인현왕후의 남자>에는 각 드라마에서 설정한 타임머신 역할을 하는 향과 부적이 있고, 이 타임머신의 효능이 다 할 때까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여행 한다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들이라 냉소적인 시각으로 이 두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처럼 온 머릿속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푹~ 빠져서 보신 분들은 두 드라마 모두 마지막회까지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고 가슴 졸이며 보셨을꺼라 생각합니다.
또한, 마지막회까지 본 후에는 두 드라마의 작가인 송재정, 김윤주님이 천재라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을테구요. 진짜 송재정 작가님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정도로 천재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만들 수가 있는지.. 하아..
먼저 드라마 <나인>은 주인공 '박선우' 의 가족들에게 벌어진 비화들을 '향' 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홉번의 시간 여행을 하며 바로 잡으려 애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인>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개인적으로 주인공 '박선우'역을 맡은 '이진욱'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배우로써 재조명 받을 수 있게 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그 누구보다 그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 하나, 눈빛, 얼굴 표정, 몸짓 하나하나까지 '박선우'라는 캐릭터에게 필요한 모든 점을 갖추고 있다고 느끼게 해줬습니다.
가족들이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리기 위해 '향'을 찾으러 네팔로 향한 형 '박정우'가 죽은 사실을 알고 동생 '박선우'도 향을 찾으러 가게 되고, 타임 머신 역할을 하는 이 '향'을 사용하면서 과거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들을 바로 잡아 가려 애쓰는 주인공. 하지만 과거 한 사람의 역사가 바뀌면서 주위 사람들의 역사도 바뀌고, 경험이 바뀌고 기억이 바뀌면서 현재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의 인연이 뒤틀려버린 비극과 그를 바로 잡으려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드라마 <나인>
이 드라마는 가족의 복수와 사랑, 그리고 가족들을 지키려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세상 그 누구라도 주인공 '박선우'와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공감대를 잘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때문에 함께 보게된 여자친구의 경우, 주인공의 모습이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남자인 제 입장에선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예전에 봤던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다뤘던 것이 이 드라마에서도 고스란이 잘 녹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1~2편을 보고 '이 드라마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날 것이다' 라고 예상했던 부분이 8편까지 이미 모두 나와버리더군요. 20부작이었는데 말이죠. 나머지 열두 편은 다음 편이 어떻게 될지 추리하거나 상상하는 것을 포기하고 드라마에 완전 빠져서 본 것 같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드라마 <나인> 강추합니다. 다음 편이 궁금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을 수 있으므로 금요일 저녁부터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저는 평일에 보기 시작해서 새벽 4~5시까지 보고 출근한 적도 있었네요;;)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는 사실 볼 생각이 없던 드라마였습니다. 무엇보다 유인나라는 배우에 대한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했고, 포스터를 보고 상상한 드라마는 분명 '병맛'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작가를 하고 있는 후배가 페이스북을 통해 그러더군요. 드라마 <나인>은 <인현왕후의 남자>보다 더 먼저 기획이 됐는데,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 대해 주변 반대가 심해서 <인현왕후의 남자>로 로맨스가 있는 타임슬립 드라마를 완성해서 잘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나인>을 드라마로 제작했다고...
또한, <인현왕후의 남자>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송재정 작가님에 대한 엄청난 찬사를 쏟아내더군요. 타임 슬립 드라마 <나인>에 충분한 감동을 받았던 저로썬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믿음감이 없더라도 작가님 한 분만 보고 <인현왕후의 남자>를 선택하게 되더군요. 여태까지 작가를 보고 드라마를 본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책도 아닌데 말이죠.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는 1694년 조선과 2012년 현재라는 두 개의 배경을 넘나드는 내용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인 사실이 '김붕도'라는 인물로 인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서 온 남자 주인공이 현재를 살고 있는 여자 주인공과의 사랑에 빠져 과거와 현재 중 어느 곳을 택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는 로맨스도 함께 담겨 있는 내용이구요.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과거의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왔을 때 겪을 수 있는 난관을 '있음직하게'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지현우의 아주 어설픈 사극톤이 거슬려 내용에 푹~ 빠질 수 없었고, 주인공만큼이나 어설픈 유인나의 발연기로 현재를 그리고 있는 내용이 나올 때도 푹~ 빠질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반으로 갈 수록 과거에서 온 '김붕도'가 미래로 와서 겪는 이야기, 훌쩍 떠났다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그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최희진'의 애닳픈 사랑, 역사적인 사실이 한 사람으로 인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잘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 등 충분히 빠져들어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면이 너무 많은 드라마라고 생각됩니다.
인현왕후를 지켜내기 위해 시간 여행을 시작하게 된 남자 주인공 '김붕도'와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자주인공 '최희진'의 로맨스가 역사적인 내용 사이사이에 들어가 드라마 보는 내내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로맨스적인 요소가 강한 드라마지만, '세상에 우연이란 없으며, 오직 인과(因果)만이 있을 뿐이다.' 라는 대명제를 기반으로 현재의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나와 주위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두근거림과 위험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타임슬립'이라는 주제를 굉장히 잘 풀어나간 드라마라고 생각됩니다.
드라마 <나인>을 먼저보고 <인현왕후의 남자>를 보고나니 타임슬립이라는 주제로 드라마를 만들었을 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주인공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고민해야 할 사항, 주위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작은 그림으로 그려나간 것이 <인현왕후의 남자>고 좀 더 깊이있게 다룬 것이 <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현왕후의 남자>는 지현우와 유인나를 좋아하는 팬들이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를 보고나면 두 사람의 매력에 특히 여자주인공 유인나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드라마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유인나가 지현우를 올려다보며 왼쪽 눈, 오른쪽 눈을 번갈아 보며 말하는 저 표정에 너무나 사랑스러워 많은 남성 팬분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맹맹이 혀 짧은 소리에 가벼운 연기만 할 수 있을 것 같아 연기 폭이 좁은 배우라고 생각한 배우였는데, 이번 역할로 배우 '유인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더군요.
한국 드라마에 '타임슬립'이라는 장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두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강추해드리고, 저처럼 상상력이 풍부하신 분들에게는 더더욱 추천을 해드리는 드라마입니다.
꼭 보세요!!
이상, 하늘다래였습니다.
(+)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유인나가 알려 준, '넥타이 사용법'.. 하아.. 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