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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에 대하여

영웅,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에 대하여


학창시절 국사책을 소설책 읽듯 여러 번 읽을 정도로 역사를 정말 좋아했다. 어느 순간 부터는 교과서에 나와있는 내용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여러가지 관점을 가진 책을 많이 읽어보게 되었는데, 사학자 또는 국사에 관심이 많은 여러 저자들의 의견이 들어간 책들이 많아지면서 검증할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져 역사 관련 책을 손에서 놓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 <영웅> 이라는 눈에 띄는 제목의 도서를 읽게 되었고, 위인전집을 수십번 읽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올랐고, 판단 없이 받아들이기만 했던 내용들이 이제는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면서 책을 읽는 나를 발견했다. 

아무튼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영웅>이라는 도서는 국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업적을 남긴 왕, 장군, 학자 등에 대해서 작가의 고증을 통해 다시금 재조명해주는 책이다.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 <영웅>의 저자 조강환은 동아일보 기자로 있으면서 역사 기획물 '역사의 고전장', '유배지', '개항백년', '한국의 얼굴' 시리즈 등을 취재 보도하는 등 역사물을 전담하다시피 보도하며 30년간 재직한 분이다. 전문 사학자는 아니었지만 역사의 현장을 취재 다니면서 고증을 위해 여러 사학자들과 함께 다니며 답사했다. 

"사학도는 역사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데 우리는 칠판에서만 배워 산 역사공부를 하지 못 한다"는 원로 사학자 이병도 박사의 말을 따라 백제의 수도 하남위례성의 위치, 신라가 고구려 백제 유민과 힘을 합쳐 당군을 몰아내고 통일을 이룩한 매초성 전투 현장, 계백 장군 묘, 만인의총 추정 위치 등 수많은 역사 현장을 찾아 답사하고 향토 사학자와 고노들의 고증을 참고로 추적해 기록 보도한 분이다. 

저자는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구도로 세계사에 영향을 미친 한국사 인물들의 활동내용과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묻혀져 있는 업적을 추적해 살펴 보고 이에 대해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여러 저서를 남겼고, 이 책 또한 그 중 하나이다.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만큼 수 많은 침략을 당한 나라는 거의 없고, 그 침략들을 대부분 무찌른 나라는 더더욱 없다. 세계 대제국 수/당이 고구려를 10여 차례나 침략했지만 수 양제는 목숨과 나라를 잃고 당 태종은 분사했다. 그 어떤 강대국도 어쩌지 못한 나라가 고구려다. 계속해서 요/금나라와 송/원/명/청으로 이어지는 중국 대륙의 수많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넘보면서 지배야욕을 드러냈고, 섬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말갈/돌궐/거란/여진/숙신 등 대륙의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민족 중 우리처럼 국가와 민족과 역사를 연면히 지켜온 민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방 후에는 중국 공산주의 국가가 들어서 국교가 단절된 데다 6 · 25 한국전쟁 때는 인해전술로 침범해오는 중공군에 우리 국군과 민간인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제 한중 국교 수립 20년이 됐지만 국제적 역학관계와 북한과의 미묘한 입장,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 등으로 인해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p.291-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은 이상하리만치 우리나라와 관련된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부던히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국사 과목이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으로 지정되어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 덕분에 어린 친구들의 국사에 대한 관심도가 더더욱 줄어들고 있고,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지만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게 우리 실정이다.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왕인의 학문/유학 전수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법륭사 금당벽화를 그린 화가가 담징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주장이 요란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공정은 우리를 적잖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CCTV의 다큐멘터리 '백두산'에서 '발해는 고구려와 상관 없는 말갈인들이 세운 나라였고 당나라의 지방정권이었다' 라고 방영했다.CCTV는 중국을 대표하는 관영메체인데, 이 곳에서 대조영이 당나라 사신 앞에서 무릎 꿇는 장면까지 연출하여 방송에 내보냈다.

발해는 어디까지나 고구려 옛터에 세워진 국가이며 국민 대부분이 고구려인들이었다. 백두산은 분명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영역이었고 한민족의 발상지로 숭상되는 곳이다. 하지만 중국은 1950년대 티베트에 군사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중국화한 일례가 있는 것처럼 북한 정권의 향방이 불분명한 이 시점을 틈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 발해의 당나라 지방정권설'을 통념화 시킨다면 백두산을 빼앗긴 것과 같이 역사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정부에서는 그동안 중국 정부에 고구려사 왜국사항을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미미한 내용만 고치고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손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요동성 호산 장성역사박물관 지도에는 고구려는 물론 백제까지 당나라 영토로 표시되어있다고 한다. 만리장성을 평양까지 이어놓은 지도도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요동성 박물관의 요하문명전 설명문, 길림성 요원 박물관, 여순 박물관 등의 역사연표 등이 여전히 역사가 왜곡된 채로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 <영웅>에는 수 많은 업적을 남긴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함축적으로 기록되어있다. 저자가 역사 기자 생활을 하면서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자료와 여러 기록들을 통한 고증을 기반으로하여 저자의 의견과 함께 객관적이면서 한 편으론 주관적으로 역사를 전달한다.


<영웅>을 읽다보니 그 동안 여러 사학자들이 이순신의 사망설에 대한 여러 의견이 분분했던 것을 꽤 상세하게 기술해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흔히 우리는 위인전이나 국사책을 통해 노량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이 적탄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를 포함하여 일부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자살이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만약 장군이 그 때 전사하지 않았더라도 전공을 시기하는 자들이 또 다시 이런 저런 트집을 잡아 장군은 결국 욕되게 죽임을 당했을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정황을 살펴보면 그런 가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영웅>에서 이순신 장군의 사망이 자살이라고 판단하는 저자의 가설은 아래와 같다.

 1. 임진왜란 마지막 날 자정에 충무공이 노량해협으로 출전하기 직전 '조국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을 기꺼이 바치겠다'며 기도하는 모습
 2. 명나라 제독 진린이 "전날 밤 동방의 장군 별이 희미해졌다. 장군에게 화가 미칠 것 같으니 대비하라"고 말했으나 충무공은 "내가 죽고 사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일
 3. 충무공이 탄 전함의 대장 깃발이 부러졌을 때 출전을 중단하던 당시 관행을 무시하고 강행한 점
 4. 충무공이 전함을 앞으로 몰고 나가 갑옷을 벗고 총알과 화살이 오가는 함상에 올라 지휘한 모습. 당시 왜군의 조총 사거리는 50미터 정도며 정확도도 낮았다.
 5. 적탄을 맞은 뒤 방패로 자신을 가리게 해 죽음을 알리지 못하도록 한 명령 
 6.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라는 선조의 명령을 거부하고 출전한 행동
 7. 왕권의 안위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을 위해 철군하는 왜군까지 섬멸해야 한다는 생각 
 8. 의병장 김덕룡이 모략을 받아 처형되는 모습을 보고 조정에 실망한 의병장들이 해산해 숨어버렸으며 종전 뒤 훈공다툼과 당파싸움에서 자신도 희생당할 것으로 내다본 점 
 9. 임금을 업신여기고 명에 따라 적을 쫓지않으며 남의 공을 뺏었다는 등의 죄를 물어충무공의 처형을 명한 선조의 행동 
10. 왜군의 재침 야욕을 꺾어야 전쟁이 재발하지 않을 거라는 충무공의 결심.


결국 충무공은 자신을 산화시켜 이 모든 전쟁과 갈등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냐는 저자의 의견이었는데,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닌 어느정도 전후 사정을 판단해서 내린 가설이라고 생각된다. 무턱대고 자살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정황상 그렇게 내몰렸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어느정도 공감이 갔고, 그 동안 알고 있던 역사를 뒤집어 생각해볼 수 있는 이런 저자의 가설이 책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고 생각한다.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 <영웅>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중 다음 내용에 대해서 간단히라도 얘기하기 힘든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해드리는 도서이다. (목차 내용)

요서, 대흥안령, 내몽골, 아무르강까지 통치한 광개토대왕,북연의 황제 고운, 삼국통일 위업 이룬 문무대왕, 해동성국 대발해 건국한 대조영, 산동지역 15개주에 왕국 건설한 이정기, 금나라 시조황제 김함보, 국제문화교류의 선각자 충선왕, 원나라 말기 무한권력 휘두른 기황후, 인류역사상 가장 훌륭한 임금 세종대왕  
  
세계전사상 최대의 전과 기록한 을지문덕, 중원천지를 떨게 한 파천왕 연개소문, 토번과 돌궐 대파한 흑치상지, 72개국 정벌한 세계적 명장 고선지, 전세계적 국제교역의 해상왕 장보고, 동아시아 3강 구축한 구주대첩 명장 강감찬, 대몽골에 40년 저항한 고려무인 배중손, 10전 10승의 명나라 대장군 이성량, 전승무패 신기록의 세계적 명장 이순신, 이토 히로부미 제거한 동양평화론자 안중근, 중국군 30만이 못해낸 상해의거의 영웅 윤봉길
   
그 외 왕인, 담징, 최치원, 도공, 이황, 김정희, 승랑, 원측, 원효, 혜초, 김교각, 의천 등 여러 위인들에 대해 재조명하여 그들의 업적에 대해서 다시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중국의 동북공정 등을 통해 직접적인 침략이 아닌 역사 침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중국은 물론 일본, 미국, 서구열강 등으로부터 우리 역사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 학계, 언론등이 강경하면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독도 문제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런 역사적인 고증에도 관심을 기울여 세계 역사에 빛나는 한국인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어제 뉴스 기사를 본 것처럼 분명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인 <영웅>

評. 하늘다래

영웅 - 10점
조강환 지음/다할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