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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
독특한 제목이다. 올해 서른인 나를 확 끌어당기는 그런 제목이었다. 패션 파워블로거 한장일님이 지은 도서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는 옷은 깔끔하고 편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겐 평소 관심 없던 패션 분야에 그리고 내 패션에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다. 


■ 패션분야 파워블로거 '도도한 장일씨'가 지은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있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의식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그 다음은 식이라고.. 의는 더위와 추위를 잘 피할 수 있으면 되고, 누가 봐도 눈쌀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단정하며, 무엇보다 내가 편하면 장땡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30년간 살면서 중학교 때 H.O.T와 젝스키스가 싸우며 원색계열의 힙합 바지가 유행하고 Badboy 상표가 유행할 때도 나는 그닥 관심이 없었고 축구 선수를 할 때도 나이키 축구화보다는 저렴하고 기능이 좋은 프로월드컵, 프로스펙스 축구화면 충분했고, 농구를 열심히 할 때도 에어조단 이런 농구화를 신는 아이들을 부러워해본 적이 없다. 정장을 입으면서도 쓰리버튼, 투버튼, 원버튼 이런 유행이 오갔지만, 나는 그 당시 경제 상황에 맞는 가장 저렴하면서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 한 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갖가지 색상과 트랜디하고 패셔너블한 와이셔츠들도 많았지만, 매일 쉽게 빨고 널고 다림질 하고 옷감이 상하면 다시 살 수 있는 5장에 3만원하는 그런 아저씨 와이셔츠로도 충분할 때가 있었다. 

모자람은 없었지만 근검절약에 몸에 베인 부모님 밑에서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행에 민감하고 패션에 늘 신경을 쓰며, 먹는 돈 아껴가며 한철이면 끝날 것 같은 스타일의 옷에 투자를 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 쓸데 없는 곳에 돈 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나 장소에 맞는 패션 감각을 기본적으론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옷을 사고 신발을 사는데 돈을 투자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 나에게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라는 패션을 주제로한 도서는 한 두살만 어렸더라도 절대 읽지 않을 부류의 책이었다. 안그래도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사는 돈도 아깝고, 그걸 읽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른살이 되면서 패션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면서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대학시절 구입한 겨울 티셔츠를 아직도 입고 있고, 살이 쪄서 허리가 맞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옷장에 있는 청바지를 몇 년째 그대로 입고 있었을 것 같다.

사실 패션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건 내가 살이 쪄서 예전에 입던 옷이 맞지 않아 맵씨가 예전 같지 않아서도 아니고 돈 버는 직장인이 됐는데 대학생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는 것이 나이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패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자친구 때문이다. 

여자친구 아버님이 옷감, 섬유 사업을 하고 계시다보니 자연스레 여자친구의 옷을 고르는 안목은 남다르다. 흔히 된장녀라고 불리는 사람들처럼 백화점표를 무조건 사야 한다거나, 패션 잡지를 구독하며 최신 트랜드를 따라 간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옷을 고를 때 옷감을 살펴 보며 어떤 옷이 오래 입을 수 있으며, 가장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인지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나는 옷은 그냥 편하고 입어보고 크게 튀지 않는 옷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옷을 입는 방법, 상황에 맞춰서 입는 방법, 옷을 관리하는 방법, 정장을 고르는 방법 등에 대해서 무지해도 너무 무지했다. 그러다 보니 옷을 고를 땐 자연스럽게 여자친구에게 맡기게 되었다. 그럼, 현재 내 체형과 외모에 맞춘 가장 알맞는 옷과 신발 등을 골라주는 여자친구의 센스에 나는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물론 내가 옷을 1년에 한두벌 살까 말까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보니 여자친구 사귀기 전과 후의 패션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다만, 옷을 고를 때 어떤 것을 봐야 하고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와있다는 정도의 차이? ^^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는 나처럼 패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거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스타일별, 상황별, 부위별로 옷을 입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구 또는 여자친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현재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글을 통해 패션에 이야기를 하던 파워블로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글을 이어가는 솜씨가 여간내기가 아닌 것 같다. 자신도 어렸을 적, 시골에 살다보니 패션에 크게 신경쓸 일이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특정 장소에 가거나 특정 사람들을 만났을 때 패션에 관심 없어서 생겼던 부끄러운 점을 일화로 소개하며, 정장이나 코트, 신발, 하다못해 양말에까지 신경쓰게 된 이유와 그에 맞는 정보를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를 통해 알려준다.


저자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스키니진 입는 사람에 대해 그닥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이나 학창시절 교복바지를 줄여 있는 학생들에 대해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그랬던 이유와 스키니진을 입고 바지를 줄여 입었을 때, 그저 유행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에게 꼭 맞는 스타일이며, 자신감이라는 또 다른 옷을 입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며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청바지를 고르는 방법, 운동화를 고르는 방법, 얼굴형에 맞는 안경을 고르는 방법, 가방을 고르는 방법, 수트를 고르는 방법, 패딩을 고르는 방법,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을 고르는 방법, 티셔츠 고르는 방법, 여자에게 안 먹히는 옷과 먹히는 옷, 양말 고르는 방법, 파티에 초대 받았을 때 어떤 패션으로 가는 것이 좋은지 등등..
여러 부위, 상황, 아이템에 따라 알아두어야 할 정보와 팁이 가득 담겨 있다. 단순 나열식이나 1번, 2번, 3번 식으로 리스트화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 친구에게 옷을 추천해줬던 경험담 등을 통해 패션에 대해 관심 없고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패션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서른살 즈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상황,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될 것 같은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하게 된다.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을 읽다보니 서평에 담고 싶은 사진이나 글귀가 너무나 많았다. 말 그대로 경험담과 함께 단긴 정보 가득한 도서였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서평에 담고자 하는 내용이 있는 곳을 메모해두고, 그 때마다 생각났던 내 경험이나 지식에 대해 포스트잇에 군데군데 정리해두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많아져서 서평에 담자니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포기해버렸다. 

간단히 한 문단 정도로 이 책에 대해서 평.. 아니 내가 바뀐 점을 설명하자면,
PART1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옷을 고를 때, 혹은 신발이나 기타 아이템을 고를 때 어떤 것을 신경써야 할지, 상황별로 어떤 옷을 입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충분히 입력 되었다는 것이 첫 번째.
PART2까지 다 읽고나니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볼 때, 수 많은 아이템 중에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다 닫는 경우가 많았지만,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옷을 고를 수 있을만한 지식이 생겼다는 것, 길을 걸어가며 그저 내 생각에 빠지고 음악에 빠져 주위의 풍경에도 크게 관심 없고 사람에는 더더욱 관심 없던 내가 여자도 아닌 남자들을 둘러보면서 머리 끝 부터 발 끝까지 그 사람이 어떤 스타일을 연출하려고 애썼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큰 변화의 두 번째이다.

<남자 서른, 잇백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패션에 무지한 어떤 사람도 서른 살 정도까지 다른 것에 더 신경을 많이 썼던 평범한 사람들도 패션에 대해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그리고 옷을 입는 법과 고르는 법, 관리하는 법까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런 장점이 있는 도서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남자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