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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설책 추천, 파라한
하늘다래
2013. 11. 12. 09:15
재미있는 소설책 추천, 파라한
머지 않은 미래에 내 상상력을 모두 쏟아 부은 소설을 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현실에 밝혀진 과학적인 사실에 맞춰서 생각하려 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향하려 애를 쓰는 편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상상력을 꺼내놓지도 않지만, 나만의 글을 옮겨두는 곳에는 매일 했던 상상과 소설 속에 녹아들게 될 아이디어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해박한 지식이 부러워서도 그의 필력이 부러워서도 아니다.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해내는 그 상상력이 부러워서이다. 그의 책을 좋아하게 만든 '개미'라는 작품에는 내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인간도 보다 큰 세상에 비유하면 개미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짧은 문구가 나에게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척도가 되어주었다. 최근 읽은 <파라한>은 나에게 또 다른 자극제가 되어준 소설이다. 이 작품은 내가 생각해본적도 없는 시각으로 우주를, 지구를, 사람들을,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글의 짜임새를 떠나 작가의 그 상상력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한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재미있는 소설책을 찾는 분들께 추천해드릴만한 작품.
인간의 삶과 죽음이 인생의 모든 것일까?
소설 <파라한>은 서울의 신문사에서 일하다 종로의 한 사진관에서 일하다 6 · 25 전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북한군 틈에 섞여 종전 후, 거제도의 한 수용소에 갇히게 된 '길'과 회사 합병으로 인해 부서와 인원 감축의 위기로부터 불안함을 느끼는 평범한 현대인의 삶을 살아가는 승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뜻이 맞는 수용소 인원들과 반란을 일으켜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죽음에 이르는 '길', 회사의 합병으로 부서가 통합되고 인원 감축의 위기가 찾아오지만,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안고 퇴근하는 승훈에게 발생한 교통사고, 그로 인한 죽음. 50페이지까지 짧은 에피소드와 함께 두 주인공은 지구에서의 삶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은 끝이 난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수십년간 살아온 지구에서의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수용소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상상이 되는가? 지구에서의 삶이 한 인간으로써의 삶이 아니라 또 다른 내가 잘못된 일을 저질러 감옥 생활을 하게 되는 곳이 지구라는 설정이라니. 70여페이지까지 읽고나서 나는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엄청난 설정이 가져다주는 크나 큰 상상력에 스스로 매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우주의 개념은 과학적으로 관측이 된 말 그대로 우주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어서 지구가 속한 태양계 같은 곳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고 더불어 또 다른 우주의 존재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 할 수 있는 상상력의 한계였다. 신이 아닌 또 다른 거대한 존재가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특정 구슬 속데 갇힌 곳으로 그 구슬들을 모아 그 거대한 존재는 구슬치기하며 놀고 있다는 어떤 영화에 나왔던 다소 황당했던 설정이 내가 할 수 있는 상상력의 전부였다.
하지만 작가는 우주의 존재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라한, 세상 밖으로 그리고 회기
지구에서 죽음을 맞이한 승훈은 또 다른 수용소에서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이 원래 살고 있던 '훈' 이라는 지구와 같은 또 다른 우주에 속한 행성에서 자신의 과오로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고, 그 수용소가 지구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지구에서 겪은 삶 또한 그대로 기억을 하고 '태한' 이라는 자신의 원래 삶 또한 그대로 기억하게 된다.
그가 살았던 '훈'은 공간적 개념으로 지구의 우주와는 또 다른 곳에 속한 우주이다. 우주의 존재는 여럿 있으며, 사람과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각 우주에 단 하나이자 우주의 중심이다는 작가만의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구가 벌을 받는 수용소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구에서 태어난 이들은 평생동안 '일'이라고 얘기하는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일꾼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성장을 하고나서는 노동을 하며 이는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자 의무였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행성 '훈'은 대부분의 노동을 '도란'이라고 불리는 인간형 로봇이 담당한다. 일반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 상업, 서비스업 등 전분야에 걸쳐 '도란'이 투입되어있다. 인간은 최상위 관리자나 지도부정치가, 연구소 인력, 군인 등 불특정 분야에 소수에 걸쳐서 일을 하고 있고 이들을 '직업인'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인구가 적은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인간은 노동을 하지 않고 각종 스포츠나 음악, 미술, 창작, 연구 등 각기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다양한 활동을 영위하며 평생을 보낸다. '훈'의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화폐를 지급받아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며 평생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직업인'들은 이들에 비해서는 더 좋은 대우, 더 많은 화폐를 지급받는 특권이 있고, 이에 매료된 인간들이 일을 하게 된다.
소설 <파라한>의 이와 같은 설정은 우주에 대한 또 다른 시각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하게 될지에 대한 상상까지 하게 해준다. 미래 산업은 로봇들이 인간들의 노동력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쉽사리 나올 정도로 과학이 발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인간의 고용 불안정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설 <파라한>에 나온 것처럼 모든 노동은 로봇이 하고 인간은 인생을 그저 즐기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연구를 하며 보낼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향상 시키기 위해 내놓는 현실성 없는 '복지'가 아닌 말 그대로 진정한 '복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승훈은 각 우주를 대표하는 행성들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위치와 부귀영화를 우선시하고 주권따위는 안중에 없는 지도부를 향해 반란을 일으키는 집단에 속해 활동하게 된다.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훈' 에서도 자신의 권위와 부귀영화를 바라는 정치인 집단인 '지도부'가 있고, 이 중에도 다른 행성에게 침략 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또 다른 '지도부'가 있다는 설정에 행복한 세계에도 인간의 추악한 욕망은 계속된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훈'에서의 삶, 전쟁, 사랑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수용소(지구)라는 곳이 왜 설계 되었고, 그곳을 설계한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이 얽히고 설켜서 소설 <파라한>을 이끌어간다. 그 속에 녹아있는 작은 소재 하나하나가 모두 반전의 연속이고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아이템이며, 상상력이 풍부한 나 같은 사람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쉴새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소설 <파라한>에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전명'이라는 작가가 이전에는 어떤 들을 썼는지 궁금하여 찾아봤으나 소설 <파라한>은 그의 첫 작품인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받은 충격과 수 많은 상상들은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수용소인 지구를 이르는 말인 '파라한'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있고, '훈'에는 지구의 미래가 있다.
재미있는 소설책 추천, 파라한
評 하늘다래
'이 포스팅은 소설 파라한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