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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링라이즈, 거짓말에 대해 말하다

텔링라이즈, 거짓말에 대해 말하다
사람들을 살면서 정말 많은 거짓말을 한다. 나쁜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포장된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거짓말은 표정, 몸짓, 목소리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 나는 거짓말 하면 표나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짓말을 할 때 표정이 바뀌거나 과장된 몸짓을 하거나 목소리가 커지거나 하는 행동을 한다.
오늘은 표정, 몸짓, 목소리만으로 거짓말을 알아내고, 상대방이 어떤 감정상태인지 알아내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자 1978년 얼굴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얼굴 지도' 인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FACS: Facial Action Coding Syste)' 을 만들어 세계적 범죄용의자의 심리분석 자문가로 활동중인 폴 에이크먼의 저서 <텔링 라이즈>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거짓말에 대한 통념을 바꿔줄 수 있는 내용이 담긴 <텔링 라이즈>는 거짓말과 관련된 두 가지 분명한 인간의 심리현상을 소개한다. '브로커 위험'과 '오델로의 실수' 이다. '브로커 위험' 은 사람들의 표현방법이 각기 다른 개인차를 고려하지 못해, 거짓말을 탐지할 때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다. 이에 비해 '오델로의 실수'는 개인이 보이는 거짓말 단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거짓말이 아닌 것을 거짓말로 판단하는 오해를 말한다. 이 두 가지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거짓을 거짓으로 보지 못하도록, 또는 거짓이 아닌 것을 거짓으로 판단하도록 만든다. <텔링 라이즈>는 이런 통념을 바꾸기 위해 단순히 도덕적으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아닌 정교한 인간심리를 탐색하는 과학적 활동으로 거짓말 탐지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거짓말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속임수에 넘어가는 상대방까지 고려해야 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이 자신을 속여도 된다고 동의하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 역시 거짓말을 하겠다는 의도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을 때' 성립된다. 영화 속 배우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배우들은 사기꾼과는 달리, 카메라 앞이 아니면 다른 사람을 사칭하지 않는다.

- <텔링라이즈(p31)>


사람들이 보통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는 잘못한 행동이나 우연한 실수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다른 식으로 얻을 수 없는 상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이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물리적을 해를 입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 받기 위해, 어색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치심을 피하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등 정말 여러가지 경우가 있다. 
이런 거짓말 중 자신을 위한 거짓말의 경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다거나 감정을 속이는 거짓말, 발각의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경우, 속임의 죄책감 등을 안고 있다면 상대방이 거짓말 탐지 전문가라면 금방 탄로가 난다. 텔링라이즈 1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이런 경우가 생기는지에 대해 예시와 함께 상세히 설명 되어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만한 거짓말 예시가 많아 왠지 좀 낯뜨겁고 놀라웠다.


목소리, 몸짓, 표정의 비밀
"내가 거짓말을 했는지 어떻게 아세요?"
"거짓말에는 두 종류가 있거든. 다리가 짧아지는 거짓말과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 그런데 네 거짓말은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이구나."

-<피노키오> (1892)


거짓말을 잡아내는 것은 분명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말, 이야기의 중단, 음성, 표정, 머리 움직임, 제스처, 자세, 호흡, 상기되거나 창백해지는 안색, 발한 등 살펴보아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가장 믿을 수 없는 말과 표정에 주로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 경향으로 인해 쉽게 거짓말에 속기도 한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은 대개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거짓말쟁이들은 언어의 선택에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드러내고 싶지 않은 메시지를 숨긴다. 사실 목소리나 표정, 몸짓등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함에도 말에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화난 표정이나 목소리는 언제든 '네가 그렇게 들은 거겠지. 나는 화 안 냈는데?' 라며 부인해버리면 그만이지만, 말로써 화를 내면 주워담을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거짓말쟁이들은 언어의 선택에 주의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감정을 드러내는 수만 가지 표정, 미소에 속지 않는 방법, 미세하고 미묘한 그리고 위험한 표정에 대해 상세히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거짓말쟁이로부터 피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꼼꼼히 알려주고 있다. 


세상을 속인 사람들
"무슨 일이 일어나건 상관없어. 그러니 잘 막아내기나 하라고. 그들이 수정헌법 5조(누구든지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거하지 않고서는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하고 어떠한 사유재산도 정당한 보산을 받지 않고 공공용으로 수용되지 않는다는 내용) 를 이유로 내세우도록 만들어. 그 안을 막을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 없어."

-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불명예 퇴진 대통령 닉슨의 은폐와 무마공작 대화 내용 (p306)


대부분의 거짓말이 성공하는 이유는 '아무도 거짓말을 잡아내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 이다. 웬만한 거짓말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그러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거나, 발각되면 큰 처벌을 받지만 진실한 것으로 속이면 큰 이득을 보는 거짓말은 잡아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의 3부에서는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지미 카터의 정당화된 거짓말, 베트남 전쟁의 거짓말, 챌린저호의 참사와 자기기만, 클라렌스 토마스와 애니타힐 등 세상을 속인 사람들에 대한 예를 들어 어떻게 진실을 간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풀어나간다. 

3부까지 읽은 내용을 중심으로 거짓말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거짓말쟁이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 2부에 나온 내용만으로 꾸준한 연습을 한다면 좀 더 세심하고 정확하게 '관찰하고 듣는 법'을 훈련하고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책만으로써 거짓말 탐지자가 될 수 있다는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주변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된다. 갑자기 침을 삼키는 소리도 더욱 크게 들리고, 콧구멍이 벌름거리는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억양의 미세한 변화도 왠지 모르게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책에서 봤다고 너무 성급하게 단정짓지는 말고 저자가 설명하는 과학적인 합리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긴 해야 할 것 같다.
흔한 심리학 도서를 보면서 '돗자리 깐 분'의 말씀을 듣는 것 같은 불편함이 이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거짓말 또한 심리의 한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좀 더 흥미로운 내용으로 접근해보고 싶은 분들께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힘 <텔링라이즈>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