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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 인간 행동의 비밀 코드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 인간 행동의 비밀 코드
휴대폰 판매를 하던 어린 시절 가장 많이 한 고민. "어떻게 하면 판매를 많이 할 수 있을까?"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 번호표 뽑고 앉아 있는 고객분들 옆에 수첩 하나 달랑 가지고 가서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 긴 시간 상담을 해서 휴대폰 판매 부스까지 데려오는 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과 표정만 보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것 같은 사람을 찾아내는 일. 판매 부스로 모셔온 다음, 고객의 연령대, 옷차림새, 표정, 눈빛, 말투 등을 보고 직업이나 관심사를 최대한 빨리 유추해서 상대방이 휴대폰을 바꿔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어 빠른 시간내에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기술.
이 모든 것에 관한 관심이 컴퓨터 공학도인 나를 심리학 도서에 빠져들게 한 계기가 됐다. 지금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도저히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아주 가끔 생길 때면 심리학 도서를 다시금 뒤적이게 되는데, 여태껏 잘 보지 못했던 내용이 다뤄진 엘든 테일러의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나는 햄버거가 먹고 싶은 걸까? 햄버거가 먹고 싶도록 주입된 것일까?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책 표지에 있는 이 한 줄이 나를 한참동안 생각하게 했다. 과연 내가 먹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먹고 싶도록 주입된 것일까? 
지인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 대부분 이 한 줄에 멈춰선다. 잠시 생각한 후, '먹고 싶도록 주입된 것' 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대부분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지지하는 정당, 사고싶은 물건, 입맛 당기는 음식까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원하게 된 것이라는 점에 포인트를 두고 저자는 이 책을 풀어나간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사례가 있다. 잠재의식에 강제적으로 특정 상품을 주입하여 판매량을 늘리는 실험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1957년 미국의 뉴저지 주 포트리의 한 극장에서 영화 <피크닉> 상영 당시, 심리학자이자 유능한 광고업자인 제임스 비커리는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 "팝콘을 먹어요(Eat Popcorn)"와 "코카콜라를 마셔요(Drink Coca-Cola" 라는 메시지가 담긴 화면을 3,000분의 1초 동안 은밀히 보내는 실험을 했다. 이 사실을 관객은 알지 못했고, 5초 간격으로 화면에 영사한 이 짧은 메시지로 인해 팝콘과 콜라의 판매액은 각각 57.7%, 18.1%나 증가 했다. 6주 동안 4만 5,000여 명을 대상을 한 실험의 결과이다.

또 다른 사례는 1985년 네바다 주 리노에서 발생한 두 젊은이의 자살사건인데, 여자친구와 헤어진 레이와 직장을 잃은 제임스라는 두 젊은이는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닳지 못해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이 때 레이가 제임스에게 한 음반을 선물했고, 두 사람은 맥주를 마시며 음반을 들었다. 그 중 한 곡의 가사와 음악이 귀에 들어왔고, 이 음악을 계속해서 들었다. 그 곡의 가사는 "온통 죄로 가득한 삶을 떠나요, 세상은 살 만한 곳이 아니예요." 라는 후렴구로 자살을 부추겼다. 그날 오후, 그들의 머릿속에 "왜 죽어서 영웅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가사가 꽂혔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엽총을 집어들고 교회의 운동장으로 이동하여, 레이가 먼저 총을 자신의 턱밑에 갖다 댔다. 제임스가 "해!(Do it!)" 라고 구호를 외쳤고, 레이가 방아쇠를 당겨 죽음에 이르렀다. 총성은 제임스에게 충격을 주었고, 무서웠지만 사람들이 레이의 죽음을 자기 탓으로 돌릴 것이 두려웠다. "대체 우리가 왜 '해!(Do it!)' 라고 외쳤지?" 제임스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턱 아래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을 꽉 쥐지 못해 총알이 면상을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고, 얼굴이 문드러졌으나 살아 남았다. 하지만 3년 뒤 헤로인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 두 젊은이가 좋아하던 음악은 '조작' 되었다. 그 음악에는 보통 의식 상태에서 듣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 말들이 포함되어있었다. "사악한 내 영혼을 노래해, 빌어먹을 신이여"와 같은 본능적이고 역겹고 무의미한 가사와 "해!"와 같은 매우 단순한 명령어가 포함돼 있었다. 명령어는 순방향으로 녹음되었고, 저 '악마적인' 메시지는 역방향이었다. 두 사람의 의식에서는 잠재 내용을 알아챌 수 없었고, 그들은 그저 "해!"를 외쳤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이 책은 이런 대중 심리를 선동하는 잠재의식을 조종하는 행위, 광고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거짓말 탐지기와 순종의 원리,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잠재의식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 집단 세뇌, 멀쩡한 사람을 다중인격자로 만들 수 있는 실험 등 다소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사례들을 예로 들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1부 파괴하는 마음(마음의 부정적인 작용)은 위와 같은 내용을 다뤄 마음의 작용을 이용해 타인을 조종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단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교묘하고도 은밀한 조종 방식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2부 치유하는 마음(마음의 긍정적 작용)은 자기최면, 자기암시, 집중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NLP(신경언어 프로그래밍), 영적인 수행, 명상 등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등을 소개하고 있다. 외부의 어떠한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게 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당신의 운명은 당신 손에 달려 있다! (P. 270)
마음은 평화와 균형, 조화를 만들어내는 생각으로 다시 채울 수 있다.  더러워진 물을 깨끗한 상태로 돌리느냐, 더러운 상태 그대로 두느냐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나폴레옹은 "나의 실패와 몰락에 대하여 책망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나 자신의 최대의 적이며 비참한 운명의 원인이었다" 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인생에서 행복을 만드는 건 부와 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라고 했다.

이 책은 다소 어렵고 불편한 내용이 많아 책상에 앉아 마음먹고 최대 집중력을 발휘해야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있지만, 인간의 심리에 대해 사례를 통해 좀 더 전문적으로 접근한 심리학 도서가 보고 싶다면, 이 도서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를 추천한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시끌시끌하고 정신 없는 출퇴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꼭 시간을 내어 책상앞에서 정독하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