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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도서 바라보기

가끔은 제정신, 자뻑에 빠진 당신에게 바침.

[가끔은 제정신 리뷰]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는 평균 이상이라는 착각, 심히 기도하면 이루어질 거라는 착각, 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착각, 는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사람과 친하다는 착각, 리는 하나라는 착각, 만 그렇다는 혹은 나는 아니라는 착각, 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착각, 가 나서야 일이 된다는 착각, 는 운이 좋다는 착각, 는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


심리학자 허태균님이 집필하신 <가끔은 제정신> 에는 세상 모든 착각에 대해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진실' 이라는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기도 하지만 때론 기분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고 불폄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글 첫머리에서 당부한다.

나는 너무도 고마운 독자를 결코 기분 나쁘게 만들거나 좌절하게 하거나 더 우울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똑같은 착각을 하더라도, 자신이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기에 이 책을 썼다. 
자신이 착각할 수 있다는 진실만 인정한다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방어적으로 타인을 미워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들이 스스로를 꽤 괜찮게 생겼다, 괜찮은 몸이다 라고 생각하는 착각
여자들이 매일 아침 옷장을 보면서 입을 옷이 없다고 한숨을 쉬며 작년 이 맘때는 뭐 입고 다녔는지 모르겠다고 전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착각 (실제론 입어보고 가장 예쁜 옷을 사고 신나게 입고 다녔으면서 말이다)
많은 상사들이 자신은 마음이 약해서 쓴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하는 착각 (당신의 직원들이 두려워서 또는 치사해서 말을 못할 뿐)


저자가 책 머리에 예로든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자뻑'과 '자학'에 들은 이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면 누구나 화들짝 놀라게 되지만, 이 책은 그런 착각들로 인해 삶이 윤택해질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도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착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며 저자가 예를 든 한 문단을 보면서 뭔가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착각의 무서운 점은 자신이 믿는 착각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한, 상대방도 그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설령 처음에는 의견이 다르다 해도 자신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는다면 자신과 같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이었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다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상대방이 머리가 나쁘다거나, 가치관이 이상하다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껴본적이 정말 많을텐데, 실제론 그 순간 상대방도 당신과 똑같이 당신에게 답답함과 한심함을 느낄 확률이 100% 라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고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면, 대화가 답답하게 길어질 수록 혼자서 이런 착각들을 많이 해온 것 같다. 실제론 상대방도 똑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을텐데..

또한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속이 후련~해지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가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확신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일이 일어난 후에 이미 알았던 것처럼 착각하긴 쉽다. 이런 착각이 위험한 이유는 그 착각의 여파로 다른 사람을 비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략) 
만일 어떤 일이 잘못된 후에, 당신의 상사가 "그 빤한 걸 놓치냐? 그걸 예상 못했어?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게 이상하다. 나는 다 보이던데" 라고 '착각'하고 말한다면, 꼭 이렇게 얘기해주자.

"그렇게 다 알면 그렇게 될 거라고 알려주지 그랬냐? 항상 지나고 나서 얘기하지 말고"


어떤가, 왠지 속이 시원~해지지 않는가? 


주말에 ktx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면서 책을 정독하다가 건너편 자리에서 밥과 국을 쩝쩝거리며 먹는 남자를 보면서 순간 불쾌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아, 이거 또한 착각의 일부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페이스북에 재빨리 구구절절 메모를 해뒀었다.

ktx 에서 건너편에 앉아있는 남자가 밥과 국을 꺼내먹고 있다. 냄새가난다. 
남한테 피해주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여친님이랑 이 문제로 한번 심하게 말다툼한 적이 있다.
어릴적부터 기차타고 자주 다니면서 음식을 먹는걸 별로 이상하게 여긴적이없던 나와
밀폐된 공간에서 냄새풍기면서 음식먹는건 실례라는 여친님과의 의견대립이었다.
그 땐 그 대상이 가장 친한 대학동기와 후배라서 더 편을 들게되고 서울과 부산의 지역차라는 얘기까지 꺼내며 말다툼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난 언제나 그렇듯 나나 친구들처럼 "그 행동들에 대해 남들이해도 이상하게 여기지않기 때문에 우리도 한다." 는 입장과 여친님처럼 "그 행동들이 남을 배려하지않는 행동이기 때문에 나가서 먹고 들어와야한다." 고 생각하는 입장이 있다는걸 받아들였다.
실제로 모르는 사람과 동반석을 타고가게되면 음식을 안에서 먹는 부류와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두 부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이젠 누가 더 옳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다만 웃긴건 지금 같은 공간에서 냄새를 풍기며 음식먹는 남자때문에 내 배가 고파졌고 자연스럽게 그 남자가 개념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스스로 잘 모르는건지 영화에 나오는 야만인들이 낼 것 같은 '쩝쩝' 소리까지 내면서 먹고 있어서 점점 거슬린다.

얼마전까지 저런 행동에 별 느낌없던 내가 여친님이 했던 말처럼 저 남자를 예의없는 남자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이런 스스로를 이상히 여기지 않으려고, 거슬리는 쩝쩝 소리를 듣지않으려고 아이팟터치를 꺼내 음악을 크게 듣고 있다. 

- <가끔은 제정신> 을 보며 페북에 남긴 글 中 [원문링크] 


20대 중반까지 부산에서만 살았던 나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는 여친님의 가정 환경, 주변 환경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오로지 내가 살아온 방식, 부모님께 받은 가정 교육만이 옳은 것이라 판단하여 나나 내 주변에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건 남들도 이상히 여기지 않는다는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살았었다. 
물론 그런 부분 때문에 여친님이랑 의견 충돌이 가끔씩 나긴 했지만, 여친님을 왕비 모시듯 떠받들고 사는 나는 어떻게든 여친님의 생각과 그 경험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이해 할 수 없는 부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라고 정의 내리고 그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처음엔 내 삶의 방식만이 옳다고 믿었던 착각을 어느정도 제정신을 차려 균형있는 사고를 하게 됐다고나 할까..

이 책을 보며 이런 나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던건, 이 책의 내용을 간단한 몇 줄로 정의 해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 나만 안다고 생각하지 말자
- 착각해서 행복하다
-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 항상 솔직해라, 단지 좀 더 체계적으로
- '마음'을 표현해라
- '변화'를 대비해라
-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 주변에 반응하라
- 그냥 한 번 들어보자

나만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착각해서 그로인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니 착각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말 것이며, 원래 착각을 하는 존재로 태어났으니 그에 대해 이상히 여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겐 좀 더 솔직하고 타인에겐 마음을 표현하여 변화와 반응에 자연스레 대처하다보면 삶이 더욱 윤택해 진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제정신> 을 차려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닳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