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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 흑인 인권 영화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 흑인 인권 영화


그동안 흑인 인권 영화는 정말 많았다.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고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든 영화도 많았다.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는 34년간 백인 대통령 곁에서 집사를 했던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

■ 흑인 인권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1926년 미국 남부의 어느 목화 농장, 열두 살 소년 세실 게인즈(포레스트 휘태커)는 백인 주인이 어머니(머라이어 캐리)를 창고로 끌고 가는 광경을 보고 쫓아가려고 하지만, 아버지가 세실의 손을 잡으며 따라 가지 말라며 말린다. 흑인 노예들 또한 그 광경을 봤고, 어머니가 강간을 당하자 아버지는 창고에서 나오는 주인의 뒤를 향해 폭력이 아닌 "Hey!" 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내뱉는다. 주인은 아무런 말도 없이 총을 들어 머리를 향해 총알을 날리고 아들인 세실 게인즈가 보는 앞에서 바로 즉사한다.
 
하지만 아들이 100% 옳은 일을 했다곤 생각하지 않는 주인집 할머니(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세실을 밭에서 일하는 대신, 주방과 식당에서의 일과 예절을 배우며 일을 하도록 도와준다. 세실은 노예 생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농장에서 탈출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흑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죽여도 이상할 것 없던 시절이라 머무를 곳도 찾지 못해 공포 속에 여기저기 떠돌게 된다. 그러던 중, 워싱턴 D.C의 어느 호텔 쇼 윈도를 깨고 진열된 케이크 훔쳐 먹는데, 다행히 그곳에서 일하는 흑인 집사에게 발견되고, 세실은 백인들을 대하고 하인으로써 일할 수 있는 예절을 배우며 경험을 쌓는다.


흑인 일꾼으로 생활하며 글로리아(오프라 윈프리)와 결혼도 하고 두 아들까지 낳아 평범한 가정을 꾸린 가장이 된다. 그러던 중, 백악관의 인사 담당자의 눈에 띄어 대통령의 시중을 들게 되는 시중(버틀러)으로 백악관에 취직하게 되고 1952년부터 34년간 8명의 대통령 곁에서 일하게 된다.

영화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는 백악관에서 34년간 8명의 대통령을 위해 일한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트루먼(Harry S. Truman)부터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까지 모신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뜻깊은 이유는 오랜 기간 '흑인으로써' 8명에 걸친 미국 대통령의 버틀러로 살아온 그의 인생 때문만은 아니고,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없는 것처럼 지내야 했던 흑인들의 모습으로 시작해 최초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집권할 때까지 흑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세실은 내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택하는 아버지로, 흑인 버틀로로써의 삶을 그대로 그려간다. 하지만 그의 큰 아들은 흑인 인권 운동 단체에서 운동가로서의 길을 가게 된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배우라는 세실, 나 또한 미국 사람인데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백인들의 폭력과 맞서 싸우려는 큰 아들.

현실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점과 그들 사이의 부딪힘을 흑인들의 인권 문제에서 바라볼 수 있는 영화이다. 한 음식점 안에서 백인과 유색인종이 따로 나뉘어 앉아야 하고, 물 마시는 것 또한 각각 다르게, 화장실도 다르게 이용해야 하던 시절. 큰 아들과 인권 단체 운동가들은 그런 백인들의 생각을 깨고자 백인들의 자리에 앉아 주문하지만, 주인 조차 너희들이 앉을 자리가 아니며 흑인들의 자리로 가지 않으면 음식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 손님으로 있던 백인들 또한 그들에게 침을 뱉고 따귀를 때리고 몽둥이로 때리기까지하며 온갖 모욕과 폭력을 행사하지만, 그들의 행동 반경과 활동은 더욱 커지고 넓어진다.


이런 큰아들의 활동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한 세실은 큰아들을 집에서 내쫓게 되고, 자신은 버틀러의 삶을 완벽하게 이어가 백악관에서도 점점 인정 받는 사람이 되어간다. 아버지가 버틀러인 것을 싫어하는 큰아들, 하지만 버틀러의 삶을 살아간 덕분에 다른 흑인에 비해 부유한 생활을 하고 학교도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복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실과 그의 아내 글로리아. 하지만 자신이 일한 돈으로 학교를 보냈더니, 흑인 인권 운동 단체들과 어울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큰아들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는 세실.

아마도 흑인들이 노예였던 시절부터 인권 단체들이 운동을 하며 현재에 흑인들의 인권에 이르기까지 각 가정에서 흔히 있었던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선출된 현재까지도 미국 주요 계층, 높은 직위,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여건이 여전히 평등한 상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소극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로 현재를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몇명이 이끔과 희생으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흑인 버틀러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좋은 지위에 오르며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백인 버틀러들과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하는 5년차 세실은 "그런 것을 원하면 그만 두면 되지 않느냐" 라고 거절당하고 돌아서게 되지만, 30년이 넘도록 백악관을 지킨 세실이 다시금 동일한 요구를 했을 때,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대통령님께 그대로 말씀드리러 가겠다"며 인사 담당관을 협박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든 그의 힘에 왠지 모를 통쾌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외부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폭력까지 휘두르며 인권 운동을 한 아들, 내부에서 조용한 변화를 일으켜 자신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흑인들의 가치를 상승시킨 세실까지 두 입장 모두 흑인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누가 더 옳고 어떤 방식이 더 옳다곤 할 수는 없지만, 영화 말미에 "이 영화를 자유와 인권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운 모든 분께 바칩니다." 라는 문구처럼 안팎으로 노력한 분들에게는 가슴 뜨거워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영화를 보고나서 알게 되니 더욱 마음에 새겨졌던 가슴 뜨거운 영화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 
화려한 출연진 만큼 연기며 스토리 전개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