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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영화 바라보기

애프터 어스, 제이든 스미스 훈련용 영화

애프터 어스(After Earth, 2013)는 제이든 스미스 훈련용 영화


윌 스미스 영화는 대부분 중박 이상은 한다. 하지만 지난 5월에 개봉한 애프터 어스는 아주 빠른 시간에 영화관에서 내렸던 기억이 난다. "윌 스미스가 출연하는데 망작이 다 있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근까지 그 영화를 보지 않고 DVD로만 갖고 있었다.

이 영화에 대해 악평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은 SF영화, 블록버스터 영화를 빙자했지만, 별 다른 내용이 없고 화려하지도 스펙터클하지도 않으며, 윌 스미스의 진지하면서 때론 웃음을 주는 밝고 경쾌한 캐릭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는 의견도 다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애프터 어스에서 보여준 윌 스미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극중 역할에 맞는 적절한 연기를 (앉아서 놀고 먹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에는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아직은 한 영화의 주연이 될 정도의 연기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2010년 성룡과 함께 출연한 '베스트 키드' 에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애프터 어스에서 보여준 연기에서 훌쩍 커버린 모습에 아쉬움과 어설픈 연기력에 실망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꽤 괜찮은 주제에 꽤 괜찮은 배우들을 섭외했지만, 감독과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모두에게 그닥 득될 것 없는 평을 받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괜히 윌 스미스가 아들 제이든 스미스를 키우기 위한 용도로 만든 것 아니냐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혹평은 했지만
사실 대세가 그렇다 해서 그 혹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아주 간단히 설명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본 영화였다. 이미 평이 안 좋은 영화라는 것을 알고 기대치가 낮은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2072년의 대재앙 이후,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정착해 살기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 지구를 파괴한 것은 결국 인간들이라는 이야기, 인간을 죽이기 위한 외계인의 존재,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감독 나름의 정의를 내려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점, 사람만 없다면 지구는 다시금 깨끗해지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가정을 영화 속에서 느끼게 해준 점 등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들을 애프터 어스를 통해 잘 풀어 나갔다고 생각한다.
 

영화 시작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나름 푹 빠져서 재밌게 봤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라곤 했지만, 영화 90% 이상을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 둘이서 연기하고, 이들을 공격하려는 외계 생명체는 딱 두 번 나오고, 실제로 외계 생명체와의 싸움 보다는 제이든 스미스 스스로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모습을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된다. SF물을 빙자한 블록버스터 영화라기보다 오히려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큰 기대감을 안고 극장으로 향한 관객들은 실망감과 아쉬움을 갖고 돌아선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작은 화면으로 본 애프터 어스는 꽤 괜찮은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