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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공연 바라보기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 관람 후기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 관람 후기
지난 주말,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을 관람하고 왔다. 진짜 오랜만에 대학로에 간 것이라 괜스레 설레였고, 뮤지컬도 오랜만에 보는거라 제발 실력 좋은 배우들이 나오길 바라는 맘이 컸고, 스토리도 재미있는 뮤지컬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짧게 줄여서 적자면 말 그대로 '대박' 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노래 실력만으로도 이 뮤지컬을 다시 한 번 더 가서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정도였으니 더 할 말이 필요하겠나싶다.


■ 공연 개요

 - 공연명: 창작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
 - 공연일정: 2012년 10월 26일(금) ~ 2013년 01월 20일(일)
 - 공연장소: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 공연시간:화~금 PM 8시/토 PM 4, 7시/일 PM 2,5시 (월요일 공연 없음)
 - 출연배우: 정상윤, 전성우, 박해수, 최주리, 홍지희, 태국희, 구민진
 - 티켓가격: R석 60,000원 /S석 40,000원
 - 관람등급: 만 12세 이상 관람가 (중학생 이상)
 - 공연예매: 인터파크, R티켓, 옥션, YES24, 클립서비스
 - 공연문의: 02)736-8289
 - 관람시간: 100분
 - 객석: 370석

■ CREDIT
 - 작/연출: 서윤미
 - 음악감독/편곡: 김창환
 - 안무감독: 안영준
 - 무대디자인: 김종석
 - 조명디자인: 구윤영
 - 의상디자인: 김혜진
 
■ SYNOPSIS
백제 마지막 왕 의자, 그리고 궁녀 삼천. 
기록되지 못한 진실이 역사를 뒤흔든다. 
641년 백제의 왕으로 즉위한 의자왕은 정치적인 변혁을 단행해 왕권 강화를 꾀하며 예식과 진, 두 명장과 함께 신라를 향해 수 십 차례에 걸친 무리한 전쟁을 강행한다. 
하지만 전쟁을 계속하는 의자왕에 대한 예식 장군과 진 장군의 판단은 엇갈리고, 의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궁에 들어온 신녀 화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연화를 이용해 의자를 무너뜨리려 한다. 
연화는 계획대로 의자의 마음을 얻게 되지만 장군 진과의 운명도 느끼게 된다. 
당나라와 연합한 신라와 최종 전을 앞에 두고 하나씩 밝혀지는 충격적인 비밀 속에 의자와 진, 예식과 화야는 백성을 위해, 복수를 위해, 사랑을 위해 각기 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0. 
토요일 저녁 7시, 오랜만에 대학로까지 나섰다. 6시 넘어서 도착하는 바람에 표 찾고 밥 먹고 왔더니 입장 시간이 지나버려 앞 부분 15분 정도는 내용을 놓쳤다. 이걸 다시 보기 위해서 한 번 더 가볼까 생각도 들었다. 다시 보러 가고 싶을 만큼 재미 있기도 했고,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던 연화역과 화야역이 다중 캐스팅임을 직접 도착해서야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배우들은 연화와 화야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가 너무 궁금하다.
 
1. 
늦게 들어가서 앉으면서 무대 규모를 보고 속으로 외쳤다. '에게~ 중극장이잖아=_='
<삼천-망국의 꽃>은 뮤지컬에서 흔히 담는 고구려나 신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백제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우리에게 삼천궁녀를 거느렸다는 것만으로도 가벼우면서 폐악군주라고 칭해도 될만한 이미지를 가진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뭔가 커다란 대서사시를 기대하고 갔었는데, 그런 내용을 중극장에 담았다니.. 시작부터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최근에 본 뮤지컬이 대부분 감동적이거나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인 것들이 없었으므로..)


2.
<삼천-망국의 꽃>은 '삼천궁녀가 삼천명이 아니라 하나의 궁녀였다'라는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발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또한, 향락에 빠져 나라를 멸망시켰다고 익히 알려진 의자왕을 기록되지 않은 진실이 있다는 가정을 심어 역사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로 재조명한다는 기획 의도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뮤지컬 무대에 흔히 오르지 않는 백제에 대한 이야기였으므로 개인적으로 거는 기대감도 큰 편이었다. 
예전에 우리가 배운 국사책의 내용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책을 읽었을 때와 같은 그런 설레임을 안고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던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이야기를 무너트리는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하여 어떤 식으로 기존의 틀을 깨게 될지 너무나 궁금했다.

<삼천-망국의 꽃>에서 의자왕은 삼천명의 궁녀를 거느리는 폐악군주가 아니라 백지의 부국강병을 위해 노력하는 덕망 높은 군주로 그려진다. 백제의 부흥과 쇠퇴까지 한 뮤지컬 속에서 보여주다보니 쇠퇴하는 가정에서는 의자왕의 인간적인 고뇌와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연민도 자아낸다. 한 마디로 의자왕의 이미지 변신이다.

여주인공 연화는 삼천 궁녀가 실제로는 한 명이었다는 황당할 수도 있는 설정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의자왕과 애정 관계를 형성하다 나중에는 진장군과의 인연의 끈을 발견하게 되고, 신하인 진장군이 연화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군신 관계가 흔들리고 믿음이 깨지면서 동시에 나라도 흔들리게 되는 스토리 전개이다. 물론 백제의 멸망을 원하는 화야라는 캐릭터와 백제를 위해서는 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야에게 휘둘리게 되는 예식 장군의 잘못된 판단까지 합쳐져 백제의 멸망이 빠르게 전개 된다.
흔히 알던 백제의 역사, 의자왕과 삼천궁녀에 대한 이미지를 뒤엎는 스토리 전개였다. 인물간의 개연성도 잘 설정 되어있다.

아쉬운 점은 역사극이라고 하기보다는 의자왕과 연화, 연화와 진장군 간에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가 많아 역사극이 아닌 로맨스를 주제로 한 뮤지컬을 본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3.
극장이 너무 작다. 그래서 아쉬웠다.
분명 <삼천-망국의 꽃>은 소극장이 아닌 중극장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작다고 느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백제의 부흥과 쇠퇴까지를 한 시간 반 안에 모두 담아야 했다. 의자왕을 폐악군주가 아닌 어진 임금으로 재조명해야했다. 한낯 궁녀에서 삼천의 호칭을 받을 때까지의 연화와 의자왕의 관계를 모두 담아야했다. 연화와 진장군이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과 왕과 신하의 관계에서 고민하는 진장군의 모습도 모두 담아야했다. 백제가 망하길 바라는 화야와 백제의 부국강병을 왕권교체로 이루려고 하는 예식장군, 그리고 그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진장군과의 갈등도 모두 담아야했다. 

하지만 한시간 반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런닝타임에 이 모든 것을 담기에는 부족한 점이 분명 많았을 것이다. 연화가 궁에 들어온 이후, 의자왕이 연화를 특별히 아끼고, 연화를 신임해 삼천을 하사하고, 연화는 진장군에게 운명적 사랑을 느끼고, 진장군은 연화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기본 전개가 전체의 극의 절반 정도를 차지 한다. 전체 내용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니 이해는 하지만, 그로 인해 런닝 타임을 맞추기 위해 중반부터 백제가 쇠퇴하는 극 마무리까지가 엄청 빠른 속도로 전개 된다. 극 초반에는 의자왕, 연화, 진장군의 디테일한 감정까지 모두 표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데, 세 명의 관계가 틀어지는 중후반부터는 서로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백제의 쇠퇴하는 속도 또한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인물들의 디테일한 감정을 따라 잡기가 쉽지 않고, 역사적 흐름을 따라 잡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려고 초반에 열심히 일을 벌여놨다가 갑자기 런닝 타임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것들이 빠르게 전개되고 허무하게 해결되어버리는 그런 영화가 떠올랐다고나 할까.. 
사실 안본 사람이 이 글을 보면 <삼천-망국의 꽃>이 스토리 전개가 영~ 아니올씨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재미있게 봤으나 중극장이 아닌 런닝 타임을 더 길게 잡을 수 있는 대극장으로 올려야 할 정도의 스토리라인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4.
어떻게 보면 조금은 비판한 듯한 후기가 되어버렸지만, 실제론 정말 재미있었다. 중간에 세 사람의 애정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질 때는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매우 괜찮았다.
그리고 약간은 아쉬운 스토리 전개를 모두 잊게 만들어주는 것.
배우들의 엄청난 노래 실력과 연기력, 표현력, 관객들이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가 좋고, 무대 뒤에서 국악밴드가 라이브로 무대에서 바로 연주를 한다는 점.애절한 가야금 소리와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가 인상적인 뮤지컬이라는 점 등..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은 주변에 추천해주기에도 좋고, 다시 한 번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좋은 뮤지컬임에는 틀림 없다. 다음에는 대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길 바랄뿐 ^^;

무엇보다 의자왕 정상윤님의 파워풀한 성량과 탄탄하면서 안정적인 노래실력과 애절한 목소리로 관객들을(나 까지도) 눈물 흘리게 만든 연화역의 최주리님. 이 두 분의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뮤지컬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래만으로도 관객들이 박수를 치게 만들었으니깐..
물론 다른 배우들의 노래 실려과 연기실력 또한 뛰어나다. 저 두 배우의 실력이 특출나게 더 뛰어났다는 것일뿐 ^^; 개인적으로 연화역과 화야여기 다중 캐스팅이라 다른 배우의 노래 실력과 연기도 너무 궁금해서 머지 않아 다시 한 번 보러 가게 될 것 같다.
 


 

창작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
평점 5점 만점에 4점. (노래만 보면 5점 만점에 5점)

評 하늘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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